그림 웅진주니어 제공
윤여림 글, 노인경 그림
웅진주니어·1만1000원 눈에 보일듯 말듯 한 작은 곤충, 산길에 나뒹구는 도토리 열매, 바닷가 모래사장에 아무렇게나 박힌 조개껍데기…. 어른들 눈엔 시시한 것들이지만 아이들한테 가면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이 된다. 다칠세라 깨질세라 주머니에 고이고이 담아와 펼치는 자기만의 ‘상상놀이’는 우주도 좁다. ‘은이의 손바닥’은 맑디맑은 유아기 아이가 키워가는 상상의 세계를 아름답게 그려 보인다. 은이의 손바닥은 작지만 은이의 손바닥 안에 커다란 세상이 있다. 손바닥에 닿은 게 무엇이든 상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보물’이 된다. 아른아른 햇살이 만든 새잎가지, 사뿐 내려앉은 나뭇잎, 올몽졸몽 씨앗 하나, 톡 떨어진 빗방울, 사락사락 내려앉은 눈송이, 하늘하늘 깃털, 또르르 구슬, 아롱아롱 사탕…. 어른의 눈엔 더는 보이지 않는 작은 것들이 은이를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어떤 상상의 문이 열릴까? 앙증맞은 손바닥 그림을 넘길 때마다 기대감이 한껏 부푼다. 엄마·아빠는 천진난만한 은이의 상상 앞에 두 손 들고 말 것이다. 잃어버린 유년의 세계 앞에 서면 따뜻한 웃음만 번질 뿐. 은이는 활엽 나뭇잎 양탄자를 타고 숲속을 날아다니다, 스스로 나뭇가지가 되어 머리 위에 새둥지를 품고 있다. ‘씨앗 버블’로 사계절 꽃을 퐁퐁퐁 불어내다가, 눈송이 따라 남극에 가서 펭귄들과 산만한 팥빙수 빙산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친구의 손이 은이의 손바닥에 포개지면, 한없이 커진 상상나라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2012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뽑힌 노인경씨의 크레용 그림이 파릇파릇한 동심을 도드라지게 한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