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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진실 퍼즐 맞춤…갈 데까지 간다

등록 2015-04-30 20:13

꽃 달고 살아남기
최영희 지음/창비·1만원

“어찌 보면 십대의 끝물 같고, 또 어찌 보면 욕 같은 나이” 열여덟살 진아의 엄마는 올해 나이 일흔여섯이다. 환갑에 애를? 물론 그럴 리 없다. 진아는 17년 전 지저분한 포대기에 싸인 채 경남 하동의 감진마을 박도열, 강분년 부부 집 앞에 버려졌다. 결혼 40년이 넘도록 자식이 없던 부부의 ‘업둥이 딸’이 된 거다. 진아는 마을에 하나뿐인 아이로 노인들의 ‘관심 1호’가 된다. 첫 생리일까지 공유될 정도로 일거수일투족이 까발려진다. 진주에서 고교를 다니는 진아가 한달 한번 고향 마을에 다니러 온 어느날, 장터를 떠도는 ‘꽃년이’를 닮았단 얘기를 우연히 엿듣는다. “니도 고만 잊어뿌라 마. 니랑 꽃년이랑은 절대 아무 상관이 없는 기라. (엄마 향해) 좋게 좋게 마무리하입시더.” 하지만 진아는 ‘좋게 좋게’ 덮으려는 이장 할아버지의 어른 세계에 맞서 ‘진실한 자아 찾기’에 나선다.

<완득이> <내 이름은 망고> 등 수작을 내온 ‘창비청소년문학상’ 제8회 수상작인 이 소설은 씩씩한 10대 소녀 두명이 이끈다. 미국 드라마 <엑스파일> 추종자인 인애가 단짝의 생모 찾기에 가담한다. 인애의 좌우명이 된 엑스파일 속 대사 ‘진실은 저 밖에 있다’(트루 이즈 아웃 데어)는 이 소설의 주제를 관통한다. 진아의 세계를 받치는 또 하나의 축은 ‘눈알 미남’ 신우다. 신우는 진아 눈에만 나타났다 사라지는 비현실의 존재다. 남들은 (정신)병원에 가보라지만, 진아에게 신우는 사막 어딘가에 있는 ‘우물’과도 같다. 세상의 모든 음모를 파헤치겠다는 인애나 헛것을 보고 소리치는 진아나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서 있다. 인애가 당한 성추행 사건도 결국 대충대충 덮으려는 경찰과 논점을 흐리는 학교 때문에 진실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흘러가버린다. 작은 진실의 화소에서 시작된 진실 퍼즐 맞춤, 사람들이 감춘 게 무엇인지 끝끝내 캐묻는 박진아는 갈 데까지 간다! 최영희 작가는 “4월16일의 서해바다가 있고 난 어느 숨 막히던 밤에 진아를 만났다”고 했다. 심사위원들은 “인물들이 벌이는 한바탕 좌충우돌에 키득거리다가 소녀를 뜨겁게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라고 평했다. 생생한 경상도 사투리로 쏟아지는 입담이 정겹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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