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집 나간 책
서민 지음/인물과사상사·1만4000원 타인의 서재가 궁금한 이유는, 독서 목록을 통해 그 사람의 취향, 가치관, 사고방식 등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기생충학 교수인 지은이는 “한국 사회를 기준으로 약간 왼쪽”을 지향하는 사람인 동시에, 왕성한 지적 호기심과 마음공부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려 애쓰는 사람인 것 같다. <집 나간 책>은 서평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은 책을 단초로 이어진 지은이의 생각을 모은 수필집에 가깝다. <투명인간>을 읽고는 소설에 등장한 기생충 이야기가 사실이 아님을 지적하는데, 스스로 이것이 “이런 식으로라도 지식을 뽐내고픈 치기일 것”이라고 인정한다. <말라리아의 씨앗>을 읽은 뒤엔, “경제도 어려운데 자원외교를 정쟁으로 삼아 안타깝다”고 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이런 낯 두꺼운 분이 있다는 것도 인도와 우리나라의 차이점”이라고 일갈하기도 한다. 지은이의 생활과 경험을 버무려 찰진 솜씨로 써내려간 글을 읽다 보면 킬킬 웃음도 터져나온다.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가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한 것은, 자신이 어떤 자리에서 유시민에게 종합 1위를 못해봤냐고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거나, 600쪽이 넘는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를 읽고 “아내의 잔소리를 1시간 동안 듣는 게 가능해”질 만큼 “인내력이 길러졌다”고 능청을 떠는 식이다. 웃다 보면 무지와 편견, 오해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독서를 통해 지식을 쌓고 성찰력과 사고력, 판단력을 길러야 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서민 지음/인물과사상사·1만4000원 타인의 서재가 궁금한 이유는, 독서 목록을 통해 그 사람의 취향, 가치관, 사고방식 등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기생충학 교수인 지은이는 “한국 사회를 기준으로 약간 왼쪽”을 지향하는 사람인 동시에, 왕성한 지적 호기심과 마음공부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려 애쓰는 사람인 것 같다. <집 나간 책>은 서평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은 책을 단초로 이어진 지은이의 생각을 모은 수필집에 가깝다. <투명인간>을 읽고는 소설에 등장한 기생충 이야기가 사실이 아님을 지적하는데, 스스로 이것이 “이런 식으로라도 지식을 뽐내고픈 치기일 것”이라고 인정한다. <말라리아의 씨앗>을 읽은 뒤엔, “경제도 어려운데 자원외교를 정쟁으로 삼아 안타깝다”고 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이런 낯 두꺼운 분이 있다는 것도 인도와 우리나라의 차이점”이라고 일갈하기도 한다. 지은이의 생활과 경험을 버무려 찰진 솜씨로 써내려간 글을 읽다 보면 킬킬 웃음도 터져나온다.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가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한 것은, 자신이 어떤 자리에서 유시민에게 종합 1위를 못해봤냐고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거나, 600쪽이 넘는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를 읽고 “아내의 잔소리를 1시간 동안 듣는 게 가능해”질 만큼 “인내력이 길러졌다”고 능청을 떠는 식이다. 웃다 보면 무지와 편견, 오해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독서를 통해 지식을 쌓고 성찰력과 사고력, 판단력을 길러야 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