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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즘, 변혁 위해 작은 차이 포용해야”

등록 2015-05-18 19:35

제7회 맑스 코뮤날레는 35개 세션, 27개 주관단체가 참여해 사상 최대의 규모를 기록했다. ‘다른 삶은 가능한가-맑스주의와 일상의 변혁’ 이라는 주제 아래, 구조적 문제 뿐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일상’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와 진단이 이뤄졌다.
제7회 맑스 코뮤날레는 35개 세션, 27개 주관단체가 참여해 사상 최대의 규모를 기록했다. ‘다른 삶은 가능한가-맑스주의와 일상의 변혁’ 이라는 주제 아래, 구조적 문제 뿐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일상’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와 진단이 이뤄졌다.
‘역대 최대 규모’ 7회 맑스코뮤날레
17일 ‘혐오의 시대’ 세션에선
“학부모·종교 탈을 쓴 혐오세력
오히려 ‘인권’ 독차지” 지적도
‘일상의 금융화’ 발표 호평 불구
미래 변화 관한 논의 부족 이의도
“마르크스주의자들과 페미니스트들은 서로를 끊임없이 구분, 배제해온 측면이 있었다. 오늘 이 자리가 협력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문은미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

‘다른 삶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15일부터 17일까지 서강대와 성공회대에서 제7회 맑스 코뮤날레가 열렸다. 39개 세션 125개 논문이 발표되었고, 총 1300여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뤄, 역대 대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로 40~50대 참가자가 중심이던 이전과 달리 20~30대 개인 참가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적녹보라 연대’에 있었다. 여성주의 그룹에서도 다수가 참가해 논문을 발표했고 관련 세션의 열기도 남달랐다. 페미니스트들은 “지금까지 맑스 코뮤날레에서 이같은 환대는 처음”이라고 말했지만 서로 공회전하는 듯한 논의도 적지 않았다. 집행위원회는 “미시적인 일상의 변혁과 거시적 사회구조의 변혁 사이 상호연관성”을 강조했으나 자칫 페미니즘은 일상과 미시적인 문제로, 마르크스주의는 구조와 거시적인 문제로 한정할 위험도 있었기 때문이다.

■ 불안·혐오 유발하는 시대

17일 성공회대 새천년관에서 연 ‘혐오의 시대’ 세션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혐오의 시대’를 발표한 손희정 여성문화이론연구소 편집위원은 혐오를 제도적 민주화를 달성한 1987년 체제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대안질서에 대한 비전 부재와 좌파 운동의 에너지 고갈 등이 혐오를 가중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신자유주의로 인한 ‘노동력의 가정주부화’가 남성들에게 불안과 분노를 유발하게 된다고도 지적했다. 조주영(서울시립대 철학과 박사수료)씨는 ‘관용의 역설’을 발표하며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참아내서는 안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공적인 논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토론자 나영정(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씨는 “학부모나 종교계의 외피를 쓰고 혐오세력이 오히려 ‘인권’을 전유하고 있다”며 ‘인권’의 취약한 기반을 지적했다.

■ 마르크스와 페미니즘

같은 날 메인 세션에서 이현재 서울시립대 인문한국(HK) 교수는 마르크스주의가 재생산의 문제를 간과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가 미래 공산사회를 묘사할 때도 ‘사냥, 낚시, 소치기를 하는 일상’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때 육아와 가사노동, 돌봄은 빠져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상은 지금까지 간과했던 ‘재생산’을 중심으로 ‘생산’이 맞물리는 장으로 이해할 수 있고, 일상의 반복 수행 과정 자체에 혁명의 가능성이 내포되어있다”고 말했다. ‘일상’을 사적인 것으로 국한하지 말고, ‘사회적 재생산’의 개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김공회 <진보평론> 편집위원은 “마르크스가 재생산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왜 정치경제학에서 이 부분을 누락했는지, 재생산을 소홀히 했다면 생산과 재생산을 모두 포함하는 종합적 틀은 어떻게 나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진전돼야 한다”고 밝혔다. 청중들 사이에서는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즘이 작은 차이를 과장해 ‘친구’를 더욱 과도하게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포용하는 진취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 금융화와 미래사회

16일 메인 세션에서는 코뮤니즘 사회의 일상에 대한 상상(장귀연·장상환·심광현), 일상의 금융화와 사회변혁의 새로운 전망(강내희·서동진)에 대해 논의되었다. ‘일상의 금융화’ 관련 발표에 대해서는 문화연구자들의 경제적 분석이라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금융화 자체를 악마적으로 볼 뿐, 금융화가 앞으로 어떤 변화의 지렛대가 될 수 있는지 논의가 부족하다며 이의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대회 집행위원장인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코뮤니즘 사회의 일상’이 ‘시간해방’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앙드레 고르는 이미 25년 전에 1일 6시간, 주 4일로 노동시간을 줄이면서도 소득은 줄이지 않고, 자유시간이 맞물려 순환하는 일상 모델을 제시한 바 있었다”는 것이다. 또 그는 1인 가구 증대, 자유로운 개인의 탄생이 새로운 문화 발전의 길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보았다. 심 위원장은 “홍대 앞 음악인들의 연대 활동과 여성주의 의료협동조합의 사례에서 보듯, 자유로운 개인의 연합이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현실의 제도를 깨부수는 힘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종합했다.

한편, 맑스코뮤날레와 일곡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진보적 학술서를 선정해 수상하는 제8회 일곡 유인호 학술상은 16일 정정훈(수유너머N 연구원)의 <인권과 인권들>(그린비, 2014)이 받았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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