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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구멍난 은수저에서 아버지를 보다

등록 2015-05-21 20:43수정 2015-10-24 00:36

잠깐독서
당신의 사물들
허수경 외 지음/한겨레출판·1만2000원

“누군가에게는 흔하고 사소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사물이 있다.” 황혜경 시인에겐 매니큐어가, 허수경 시인에겐 손삽이, 신현림 시인에게 등잔이, 김소연 시인에겐 숟가락, 문정희 시인에게 머플러가 그렇다. 꼭 빼닮고 싶은 시인들의 맑은 눈으로 본 사물들의 내밀한 이야기 49편이 담겼다. 의자, 사과, 오븐, 등잔, 신호등, 클립, 콘돔 등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사물들이 새삼 가까이 다가와 스스로를 피력하기 시작한다.

중국 선종의 초조(初祖) 달마는 “사물에 맡겨 시간에 따르는 것이 도”라 했다. 50년 동안 사용해 구멍이 난 은수저에서 아버지를 보고(김소연), 구소련 피아니스트의 희귀 음반에서 세상에 없는 언니를 추억하고(주하림), 사랑하는 남자의 얼굴을 위협하는 하이힐에서 사랑의 불가해성을(박연준), 서랍장 한가득 어머니가 차곡차곡 모아놓은 보자기에서 아빠의 등을(김민정) 본다. 시인의 사물에 아롱진 삶과 세상에 대한 그들의 사유는 자신과 대상을 분별하지 않는 수행자의 그것과 닮아 있다.

49개의 사물들은 ‘느끼다’ ‘보다’ ‘듣다’ ‘만지다’의 네 가지 감각으로 나뉜다. 꼭 앞장부터 정주행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내려놓아도 좋다. 모듬초밥을 앞에 둔 사람처럼, 고급 초콜릿 한 상자를 선물받은 것처럼 ‘땡기는’ 거기서 시작하면 좋겠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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