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불평등 문제 연구해온 석학
“지금 불평등 수준은 지나치다”
불평등 해소 위한 15가지 방안 제시
70년대까지 불평등 낮았던 이유는
복지국가와 노조의 적극적 개입 덕분
“지금 불평등 수준은 지나치다”
불평등 해소 위한 15가지 방안 제시
70년대까지 불평등 낮았던 이유는
복지국가와 노조의 적극적 개입 덕분
앤서니 앳킨슨 지음, 장경덕 옮김
글항아리·2만2000원 ‘누구도 그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보다 네 배 넘게 부유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사람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었다. 민주주의를 비판하며 철인정치를 주장한 보수 논객 플라톤이 부의 격차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불평등성이 커지면 사회가 불안해지고 국가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불평등을 심화시킨 주범이라는 비난을 받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최근 아이엠에프의 연구는 불평등이 낮을수록 거시경제적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말해준다”(2012년 국제통화기금 및 세계은행 연차총회 연설 ‘불평등과 미래 세계의 성장의 질’)고 말한 것도 플라톤과 같은 심정에서였을 것이다. <불평등을 넘어-정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원제: Inequality-What Can Be Done?)를 쓴 앤서니 앳킨슨(71) 역시 플라톤이나 라가르드와 같은 줄에 서 있다. 같은 줄에 서 있다는 말은 사회를 변혁하기 위해 불평등을 연구한다기보다는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불평등을 연구한다는 뜻이다. 그는 “내 목표는 완전한 평등이라기보다는 지금의 불평등 수준이 지나치다는 믿음에 따라 현재 수준 아래로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이 점에서는 <21세기 자본>의 토마 피케티, <불평등의 대가>의 조지프 스티글리츠도 마찬가지다. 평생을 불평등 문제 연구에 바친 앳킨슨(영국 런던정경대학 센테니얼 교수 겸 옥스퍼드대 너필드칼리지 특임연구원)은 ‘기회의 평등’보다 ‘결과의 평등’이 중요하다는 주장으로 책을 시작한다. “기회의 평등이라는 개념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 기회의 평등은 본질적으로 모두가 같은 출발점에 서야 한다는 사전적인 개념인 데 반해 많은 재분배 활동은 사후적 결과에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이들이 실수로 넘어져 가난에 빠진다고 해보자. (…) 무료급식소에 줄을 서게 된 것이 환경 요인 때문인지 아니면 노력 부족 탓인지 따져보고 그에 따라 수프를 나눠준다는 조건을 거는 것은 도덕적으로 혐오스러운 일일 것이다.” 또한 “오늘 사후적으로 나타난 결과는 내일 경기의 사전적인 조건이 된다. 오늘 결과의 불평등에서 이득을 얻는 이들은 내일 자녀들에게 불공평한 이익을 물려줄 수 있다. (…) 우리가 내일의 기회의 불평등을 걱정한다면 오늘의 결과의 불평등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앤서니 앳킨슨이 출판 기념 사인회에서 독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앳킨슨은 시민권이 아니라 참여(취업·봉사·돌봄·교육·훈련·구직활동 등)를 조건으로 기본소득을 주는 ‘참여소득’을 제안한다. 글항아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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