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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엄마가 사라졌다 바다표범 가죽도 사라졌다

등록 2015-05-28 19:39

그림 풀빛 제공
그림 풀빛 제공
‘나’는 배운 적도 없는데 수영을 잘하고
엄마는 바다밑 놀라운 얘기를 들려준다
기묘한 그림 어우러진 가족의 비밀 찾기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글·그림
김경연 옮김/풀빛·1만2000원

‘셀키’는 가죽을 벗으면 사람으로 변하는 바다표범이다. 그 가죽을 다시 입어야 바다로 돌아갈 수 있다. 물고기의 울음소리 듣는 법, 파도가 치는 방향,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 셀키는 바다의 말을 알고 있다. 유럽 사람들에게 ‘셀키’는 바닷속 이야기보따리를 무한대로 끌어내는 존재다.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그림의 독일 작가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의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는 이 ‘셀키 전설’에 기대고 있다. “난 육지에서는 인간이지만, 바다에서는 바다표범이다.” 첫 장을 펼치기 전 제시되는 글귀가 하나의 단서다.

어린 소년인 ‘나’의 눈으로 관찰되는 가족 이야기는 그저 평화롭고 소소하다. ‘나’는 배운 적도 없는데, 수영을 잘한다. 아빠는 아주 먼 곳에 있는 고기떼를 쫓아 며칠씩 집을 비우고, 그럴 때면 엄마와 난 바다 이야기를 나눈다. 예쁜 돌멩이나 희귀한 조개껍질을 갖다 주면 엄마는 바다 밑 세계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다 궁궐을 지키는 커다란 두꺼비, 그곳에 사는 오징어 왕자, 9개의 눈이 달린 구눈박이 장어, 정어리 거인, 바닷가재 소녀…. 엄마의 이야기를 듣다 잠이 든 소년은 어느새 문어 이불을 덮고 있다. 작가가 ‘글밥’ 없이 7쪽에 걸쳐 펼쳐 보이는 이 기묘한 그림은 ‘마법’에 빨려들게 한다. 한국어판엔 특별히 그림책 뒷장에 파노라마 그림을 따로 펴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그림만 보고도 아이와 함께 아주 많은 이야기 샛길로 뻗어나갈 수 있겠다.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건, 아빠의 수상한 행동이다. 엄마가 잠든 새 창고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꾸러미를 들고 나온다. 방 하나씩 철저히 청소하는 엄마가 창고 청소를 할 차례. ‘비밀’스런 물건이 궁금했던 난 소파 안장 밑에서 찾아냈다. 그건 바로 바다표범 가죽! “엄마, 아빠가 바다표범이에요.” 엄마에게 들은 적이 있는 셀키가 바로 아빠라고 생각한다. 다음날 엄마는 사라졌다. 바다표범 가죽도 사라졌다. 아빠가 나를 오래오래 꼭 안아주는 그림만으로 상실의 슬픔이 진하게 느껴진다. 바다표범은 엄마인가 아빠인가? 그럼 나는? 엄마랑은 영원히 이별한 걸까?

멋진 신랑이 된 구렁이의 허물을 태워 이별하게 된 ‘구렁덩덩 신선비’나 아이 셋을 낳기 전에 선녀의 날개옷을 보여준 나무꾼의 방심에서 비롯된 인과응보는 없다. 대신 어쩔 수 없이 닥친 운명과 열린 결말이 슬픔을 잦아들게 한다. 7살부터 초등 저학년.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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