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세계사
윌리엄 맥닐 지음. 이내주 감수. 신미원 옮김. 이산 펴냄. 2만5000원
윌리엄 맥닐 지음. 이내주 감수. 신미원 옮김. 이산 펴냄. 2만5000원
전쟁은 매혹적이다. 파멸로 치닫는 전쟁을 오히려 동경하는 인류 문명의 본성은 분명 ‘사디즘’과 ‘매저키즘’의 면모를 두루 갖춘 것이다. 전쟁은 누군가를 가학하며 결국엔 자신을 가학하는 행위다.
<전쟁의 세계사>는 이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위가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온 거대한 역설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지은이는 미국 역사학계를 대표하는 시카고대 역사학과에서 재직했고, 미국 역사학회 회장까지 지낸 이름높은 역사학자다.
글쓴이의 이력에 걸맞게 책에 담긴 ‘내공’이 만만찮다. 전쟁기술의 발전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미시사의 요소를 갖췄으면서도, 당대의 정치·경제·사회를 아우르는 거시사의 틀을 탄탄히 유지한다.
거시·미시사를 넘나드는 틀로 그가 길어올리는 것은 ‘전쟁이라는 이름의 비즈니스’다. 전쟁은 그 초창기부터 시장 또는 상업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전쟁은 돈을 먹고 자라는 동시에 또다른 돈을 벌어다주는 상품이다. “전쟁의 산업화는 문명 자체만큼이나 오래됐다.”
특이하게도 지은이는 근대의 단초를 11세기 중국의 송·원 시대에서 찾는다. 이때 중국은 ‘시장지향형 행동양식’으로 충만했다는 것이다. 시장지향적 사회관계는 19세기 유럽을 중심으로 형성된 전세계적 무역 관계를 통해 절정에 이른다.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군산복합체’는 ‘비즈니스로서의 전쟁’의 현 주소다. 지은이의 이런 방법론은 시장, 나아가 자본주의가 전쟁의 토양이자 동력이라는 주장을 강하게 함축하고 있다. 전쟁기술의 발전이 곧 시장의 이윤 창출로 이어지는 구조에 대한 비판도 녹아 있다.
책의 끝에서 지은이는 인류의 또다른 미래에 대한 꿈을 적었다. 그것은 “기술변화조차 통제·조절하는 세계 정부”에 대한 것이다. 그 곳에서 “사적 이윤 추구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제한”되고 “정치적 조직은 공개된 무장조직을 독점한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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