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미요조씨 최근 논문서 지적
장르영화·팟캐스트 청취 등
남성적 문화영역 여성이 주도
여성끼리 향유하는 ‘여학교 문화’
기존 성별질서 혼란시키고 있어
장르영화·팟캐스트 청취 등
남성적 문화영역 여성이 주도
여성끼리 향유하는 ‘여학교 문화’
기존 성별질서 혼란시키고 있어
최근 문화 영역 전반에 나타난 ‘여성화’ 현상이 기존 문화 질서에 균열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황미요조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는 학술지 <여/성이론> 2015년 여름호 기획특집 ‘혐오의 시대’에서 ‘문화영역의 여성화와 여성 혐오’라는 논문을 통해 ‘문화의 여성화’를 진단했다. 황씨는 주류 영화, 장르 영화, 예술영화 관람과 도서 구매, 시사·교양 팟캐스트 청취와 같이 ‘남성적 교양문화’ 영역까지 여성들이 주도하는 현상을 ‘여성화’로 정의했다.
논문은 여태껏 사회는 여성이 임노동 체계에 들어가지 않고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한다는 이유로 여성을 ‘2차 시민’으로 대하는 것을 정당화해왔지만, 이제는 남성 혼자 온 가족을 부양할 수 없는데다 여성도 일부 엘리트 계층을 제외하면 남성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황씨는 “한국에서 인기 높은 만화작가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 주인공처럼 여성들이 최소한 경제력으로 자신을 책임지고, 약간의 취향을 독립할 수 있는 정도만 돼도 결혼을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고 말했다. 비혼, 만혼의 여성들은 영화와 공연 관람, 독서, 인문학 강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시장의 지배력을 장악하기보다 남성 문화 규칙에 아랑곳하지 않는 독자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그는 분석했다.
또 논문은 사각지대에서 게토화되어 여성들끼리 향유하는 문화를 ‘여학교 문화’라고 일컬은 우에노 지즈코의 개념을 가져온다. 남성들이 알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여성들만의 ‘여학교 문화’가 이제는 숨어 있지 않고 남성들이 인식할 수 있는 세계에 등장해 ‘남녀공학’ 내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것이다. 이 ‘여학교 문화’는 페미니즘과 다르지만 그 나름의 규칙과 문화 실천으로 기존 젠더(성별) 질서를 혼란시킨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남성성과 대놓고 싸우지는 않지만 남성성의 규칙에 아랑곳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 페미니즘 영화냐 아니냐 논란을 불러일으킨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 대해서도 황씨는 “페미니즘의 전형을 따르지 않는 부분이 오히려 미덕”이라고 보았다. 그는 전화 통화에서 “영화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동하는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에 있다”고 강조했다. “페미니즘 논란을 떠나 ‘망해버린 남성 세계의 구원자’로만 여성을 대상화하지 않고, 끝없이 이동하는 모습으로 여성의 정체성을 섣불리 정의하지 않아 더욱 시야를 넓혔다”는 것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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