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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7년 우정 한·일 소설가 “멀리 있지만 창작에 자극”

등록 2015-06-14 18:43

강영숙·나카지마 교코 베이징 재회
“외국 작가와 교분을 나누는 것은
글쓰기에 긍정적 영향 가져다줘”
소설가 강영숙(사진 오른쪽)과 나카지마 교코(왼쪽).
소설가 강영숙(사진 오른쪽)과 나카지마 교코(왼쪽).
강영숙(48)과 나카지마 교코(51)가 처음 만난 것은 2009년 미국 아이오와대학 국제창작프로그램에서였다. 영어권 작가가 다수인 상황에서 같은 아시아인인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프로그램 기간 중 몇차례 한 여행에서는 늘 두 사람이 같은 방을 썼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강영숙과 늦잠을 즐기는 나카지마의 서로 다른 생활습관은 오히려 편리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뒤 나카지마는 일본의 문예지 <문예>에 ‘세계의 작가들’이라는 연재를 하면서 프랑스·남아공·홍콩·베네수엘라 작가와 함께 강영숙의 사람됨과 작품을 소개했다. 또 다른 일본 문예지 <스바루> 2012년 8·10·12월호에는 ‘좀더 이야기를 하자’는 제목으로 두 사람이 교환일기 형식의 에세이를 연재했다. 각자 일본과 한국을 개인적으로 방문할 때면 두 사람은 반드시 서로를 찾았다. 올해 초에는 와세다대에서 학부 강의를 하는 나카지마의 초청으로 강영숙이 ‘밀레니엄의 이미지’라는 특강을 하기도 했다. 국가와 언어의 경계를 넘어 7년째 돈독한 우정을 이어온 두 작가는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한 제3회 동아시아문학포럼에 나란히 참석해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13일 오전 <한겨레> 주관으로 정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두 사람은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외국 작가와 교분을 나누는 것이 글쓰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맞추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동료 작가의 존재는 시야를 넓게 하고 작품 창작에도 자극과 격려를 준다”는 것.

일본어로 번역 출간된 강영숙 소설 <리나>에 대해 나카지마는 “탈북 소녀의 성장담으로 상상할 수 있지만 꼭 한반도가 아니더라도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매우 창의력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2010년 나오키상을 받은 <작은 집> 한국어판을 읽은 강영숙은 “따뜻하면서도 극적인 이야기를 보편적으로 읽히도록 썼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며 “나카지마는 특히 풍속사적 정보와 자료를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강영숙이 “한국에서는 최근 문학 독자가 급격히 줄고 있다”며 “어떤 한 작가가 책을 내지 못하게 되는 것은 곧 하나의 세계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말하자 나카지마 역시 “일본에서 ‘문자로부터 멀어졌다’는 식의 표현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벌써 20~30년 전”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작가는 나타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나카지마는 그러나 “일본에서 한때 붐을 이루었던 핸드폰 소설이 지금은 흔적도 없어진 데에서 보듯, 새롭다고 해서 다 당위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의 일그러진 역사관과 일본 내 혐한류, 한국의 반일 기류 앞에 두 작가는 자신들의 우정이 시험대에 놓인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나카지마는 “일본이 식민통치 시대에 대해 국민들에게 교육을 하지 않으려 하는 데 대해서는 국내 문제로서 심각하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반인들이 정치·외교 문제에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수는 없다”며 “얼마 전 일본과 한국에서 동시 출간된 신경림 시인과 일본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대시집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의 사례에서 보듯 문학은 구체성을 지니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강영숙도 “한국과 일본의 다음 세대는 언론이 보여주는 제한적이고 왜곡된 대표성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실질적인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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