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스페인의 담배회사 ‘라마스코타’가 제작한 상품광고용 카드.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전라북도협의회가 1946년 만든 3·1독립선언 기념장. 러일전쟁을 소재로 1904년 프랑스에서 제작한 보드게임.(왼쪽부터)
미국 거주 이병근씨가 수집
20세기 초 엽서·보드게임판 등
일제강점기에도 외국서 계속 쓰여
20세기 초 엽서·보드게임판 등
일제강점기에도 외국서 계속 쓰여
태극기가 인쇄된 국내외 근현대사 유물 10여점이 처음 공개됐다. 일제 강점기부터 1950년대까지 태극기가 그려진 엽서, 호텔 수하물표 등 유물들은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한인 콜렉터 이병근(48)씨가 수집한 것들이다. 이 유물들은 최근 <역사로 만나는 우리 태극기>(서울셀렉션)라는 어른 손바닥 크기만한 아코디언책자로 발간됐다.
책자에 실린 42점의 유물 가운데 이번에 처음 공개된 것은 10여점. 1900년대 초 대한제국의 상징물로 제작된 엽서, 1904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보드게임판, 개화기 서구식 호텔인 ‘애스터 하우스 호텔’의 수하물표, 1920년대 스페인 담배회사의 상품광고용 카드 등이다. 19세기 전후 세계에서는 각국의 국기와 시민의 모습을 담은 백과사전과 상품카드가 크게 유행했던 것이다.
1996년부터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은이 이병근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원래는 우표 수집을 하다가 10여년 전부터 세 딸들의 역사 교육을 위해 태극기 관련 유물을 모으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제 시대에 한반도 안에서는 태극기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외국의 상품카드나 백과사전 등에선 한국의 상징으로 계속 태극기가 활용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독립국으로서 한국을 지지하던 선교사, 기자 등 외국인들의 영향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800여점의 태극기 관련 유물을 수집했다는 그는 “태극기가 인쇄된 자료는 굉장히 드문 편이지만 독립 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하나하나 자료조사를 해 지금까지 유물 수집에 집 한채 가격 정도는 쏟아부었다”며 “태극기 관련 근현대사 생활 유물에 대해 좀더 진전된 연구와 조사가 잇따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감수자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일제 시대에도 나라 밖에서 태극기가 우리나라의 상징으로 계속 이용 되어왔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서울셀렉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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