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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조흔파 지음 ‘얄개전’, 4·19세대 이해를 위한 참고도서

등록 2015-06-25 22:16수정 2015-10-22 15:26

[광복 70년, 책읽기 70년] ④ 4·19혁명과 책

1954~55년 학생잡지 ‘학원’ 연재
권위와 규범을 조롱하는 주인공
청년이 된 독자들 혁명 전선에
조흔파의 <얄개전>
조흔파의 <얄개전>
4·18 고대생 시위 성명서의 첫번째 구호는 ‘기성세대는 각성하라’였다. 이러한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을 이해하는 데 조흔파의 <얄개전>은 좋은 참조가 된다. <얄개전>은 <학원>지에 1954년 5월부터 1955년 3월까지 연재되었다. 주인공 얄개(나두수)의 장난이 소설의 중심서사를 이룬다. 중학생 나두수는 기성 권위와 규범을 적극적으로 위반한다. 나두수를 못마땅해하는 수학선생을 논평하며 서술자는 “수학에 취미가 있을 뿐 아니라, 여당에 속하는 배 선생의 비위에는 잘 맞을 턱이 없다”고 적고 있다. 이때의 여당은 당파일 뿐만 아니라 권위적이고 규범적인 성향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나두수의 성향은 “우리 사회에 도장 찍는 데가 많고 각종의 증명서가 범람하는 것은 정부가 국민을 믿지 못하는 때문”이라는 웅변대회의 연설을 통해서 정부와 사회를 비판하는 ‘야당적’ 기질로 암시된다. 나두수와 친구 용호는 장난할 때마다 ‘화랑정신을 발휘하여 돌진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관변적 수사를 조롱하며 비틀고 있다.

나두수가 다니는 중학이 미션스쿨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허드슨 교장에 대한 작품의 시선은 미묘하다. 그는 “민주주의가 아닐뿐더러 하나님 도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학생 구타를 허락하지 않을 만큼 선량한 미국인이다. 그렇지만 나두수는 허드슨 박사의 선의에 장난으로 응수한다. 허드슨 박사에 대한 시선과 그가 정한 규범에 대한 장난스런 위반은 당대 한국 사회가 미국을 대하는 태도의 알레고리처럼 읽힌다. 작품에서 허드슨 교장 부부에 대한 기본적인 정서는 깊은 감사의 태도이지만, 그 한구석에는 그들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엿보인다. 이러한 면에서 <얄개전>은 미국적 가치와 규범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었던 1950년대 한국인들의 불편한 인식의 일단을 포함하고 있다.

<학원>은 청소년들에게 강한 영향을 끼친 학생 잡지였다. 1950년대의 젊은 세대들은 중고등학생 때는 <학원>을 읽다가 청년이 되어서 <사상계>로 옮아갔다. 그러니까 4·19 당시의 학생들은 <학원> 혹은 <사상계>의 독자들이었던 셈이다. <학원>에 실린 <얄개전>을 읽고 성장한 세대들은 정권은 물론이거니와 기성세대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과 함께 새로운 세대의 가치를 고민했다. 도둑을 잡다가 다쳐 병원에 입원한 나두수가 “값있게 살아보자”고 결심하고 세상에 진 빚을 갚는 의미있는 생을 다짐하며 급격한 성장을 이루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이러한 나두수에 공감하며 자란 1950년대의 얄개 세대들은 값있는 피를 흘리며 4·19의 불씨가 되었던 것이다.

정종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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