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 박명운 두 만화가가 그린 만화 <토지>
오세영·박명운 작가 13년간 작업
최서희, 김길상, 김준구….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속 ‘평사리 사람들’이 만화로 살아났다. 오세영, 박명운 두 만화가가 그린 만화 <토지>(마로니에북스 펴냄)가 17권 전집으로 나왔다.
26년 동안 원고지 3만장이 넘는 분량으로 쓰여지고 16권으로 출판된 방대한 원작 소설을 만화로 담아내는 과정도 결코 간단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오세영 작가가 소설 1부를 만화로 그린 <토지> 7권을 출판한 뒤에 이번에 박명운 작가가 소설 2부에서 5부까지를 그린 10권을 보태어 완결할 수 있었다. 두 작가의 만화 작업기간을 합치면 13년이다.
소설 <토지>는 1897년부터 1945년까지 시대를 배경으로 경남 하동 평사리에서 시작해 지리산, 서울, 간도, 러시아, 일본 등 광활한 무대를 오가며 식민지 시대 우리 민족의 삶을 그려냈다. 만화 <토지>는 네모 칸 속에 그 시대와 장소의 풍경을 압축해가며 소설의 역동적인 줄거리를 쫓아간다. 또 말풍선 속엔 구수한 입말과 섬세한 옛말로 이름 높은 원작의 느낌을 살리는 대사들이 가득하다. 2007년 만화 <토지>를 받아든 소설가 박경리가 “정말 원작에 충실하더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을 만큼 소설의 문학성을 존중하는 태도다. 거기에 만화가는 소설 속 순하거나 그악스럽거나 평범한 성격을 지닌 인물들을 사실적인 필치로 그려냈다. 작가가 바뀌면서 만화 톤이 두 갈래로 나뉜 것은 아쉽지만 출판사인 마로니에북스 쪽은 “원작을 최대한 이해하는 만화를 만들기 위해 8권부터는 <토지> 연구자인 가톨릭대 조윤아 교수가 직접 줄거리를 만화용으로 각색했다”고 전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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