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의 국립국어원장. 사진 국립국어원 제공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취임 기자회견
국립국어원은 최근 현행 어문규정을 현실화하고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언어복지 혜택을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성소수자의 인권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국어원은 지난해 초 성별과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사랑’에 대한 정의를 종교단체의 항의로 남녀 사이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되돌려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를 차별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5월 취임한 송철의 국립국어원장은 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취임 첫 기자회견을 열어 “쉬운 우리말, 편한 우리말, 품위있는 우리말을 가꾸는 데 주력하겠다”며 ‘쉽고 편한 우리말 가꾸기’ 계획을 발표했다.
송 원장은 “일제강점기 1930년대 처음 제정한 이래 88년 수정 보완한 한글 맞춤법 등 어문규정이 현실 언어와 차이가 심해져 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국어원이 ‘도긴개긴’을 사전에 등재하고 ‘너무’의 긍정적 쓰임을 인정한 것과 같은 취지다.
국어원은 북한이탈주민 언어 실태조사를 하고 2009년부터 구축중인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우리말샘)을 2016년 10월께 공개하기로 했다. 이 대사전은 ‘위키 백과사전’처럼 국민들이 의견과 지적을 직접 반영해 내용을 보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실생활어·신어·방언 등이 포함된 100만여 단어를 수록할 예정이다. 또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언어복지’를 강화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공공문화시설에 대한 농인(청각장애인)의 박물관 해설 동영상을 제공할 계획이다. 수어, 점자 등 특수언어에 대한 표준화 사업도 벌이기로 했다.
송 원장은 “소외계층이라면 장애인, 저소득층, 북한이탈주민, 다문화 가정 어린이 같은 이들”이라며 “우리의 경제 수준에 어울리도록 이들에 대한 언어복지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성소수자들이 지금까지 언어정책에서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면 궁극적으로 이분들도 포함시켜야 할 텐데,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점차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달 ‘페미니스트’의 두번째 정의를 ‘여성을 숭배하는 사람 또는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에서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바꾸어 도긴개긴이라는 비판이 나온 데 대해서는 “우리는 국민 모두를 위한 일을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특정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고 절차를 거쳐 수용할 수 있는 만큼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1월, ‘페미니즘’, ‘페미니스트’에 대한 오인과 몰이해를 강화한다며 표준국어대사전의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뜻풀이 수정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