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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세밀한 필치로 펼치는 독창적이고 환상적인 세계

등록 2015-07-09 19:02

그림 현북스 제공
그림 현북스 제공
앤서니 브라운 & 한나 바르톨린 공모전 수상작 3권 출간
•달집 태우기 •그냥 꿈이야 •네가 크면 말이야
전명진·박나래·이주미 글, 그림/현북스·각권 1만2000원

‘고릴라 그림책 작가’로 유명한 앤서니 브라운은 어릴 적 두 가지 놀이를 즐겼다. 영국 요크셔 지방엔 젖은 날이 많았다. 바깥놀이 대신 할 수 있는 거라곤 계단 위로 공을 던졌다 바닥에 떨어지기 전 받기, 아무 모양이나 그린 뒤 형체가 있는 무언가로 변신시키기였다. 펜을 이용한 세밀 묘사로 진지하고도 묵직한 주제에 유머를 담아내는 이야기 힘의 바탕에는 무작위 그림 그리기 놀이가 있다.

현북스가 주최하고 앤서니 브라운 등 세계적인 두 그림책 작가가 최종 수상작을 선정하는 ‘앤서니 브라운 & 한나 바르톨린 공모전’에서 수상한 신진작가들도 ‘앤서니 키즈’였을까? 세모가 외뿔 괴물로 변신하듯 독창적이고 환상적인 세계를 디테일한 필치로 펼쳐 보인다. 4회를 맞은 ‘2014 공모전’의 4개의 수상작 중 3권이 최근 출간됐다.

최우수작인 전명진 작가의 <달집 태우기>는 우선 색감의 아름다움이 압도한다. 토끼가 달집 태우기를 하기 위해 필요한 솔가지, 대나무, 짚풀을 구하러 가는 게 이야기의 축이다. 이 책은 십장생인 듯 산사의 단청인 듯 선홍빛과 청록빛의 보색 대비로 정월대보름 세시풍속인 ‘달집 태우기’의 신령스런 느낌을 독특하게 표현했다. 불교미술을 전공한 작가는 불교그림의 전통색을 현대미로 되살렸는데, 하얗거나 검푸른 숲, 금빛 들이 이야기의 내레이션처럼 삽입돼 세련미를 더한다. 아이가 무한반복 빼서 볼 ‘재미 코드’를 심어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토끼에게 도움을 주는 오소리, 딱새, 여우, 청둥오리가 앞장 어딘가에 있다. 동물들의 따뜻한 표정도 아이 마음에 스며들어, 이제는 사라진 전통 풍속에 대한 상상을 확장한다. 보름달 아래에서 달집이 활활 불타고 임무를 완수한 동물 친구들은 마냥 즐겁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아이의 마음엔 어느새 ‘소원’이 들어찰 것이다.

<그냥 꿈이야>는 잠의 세계로 떠나기가 무서운 아이들에게 제격이다. 초등학교 1학년인 승우는 밤마다 끔찍한 악몽을 꾼다. 거대한 똥더미에 깔린 다음날, 햇빛이 쨍쨍한데도 똥의 습격을 피하려 우비 차림으로 등교한다. 괴물에 쫓긴 다음날에는 괴물을 물리칠 어마어마한 장비를 등에 지고 학교에 간다. 하지만 두려움 퇴치법은 간단하다. ‘작아져라 랄라뽕!’ 작아지면 돌돌 말아서 후~ 불라는 엄마의 ‘주문 처방’에 마음속 어둠은 싹 사라진다.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아이의 마음풍경에 끄덕이며 깔깔거리게 된다.

<네가 크면 말이야>는 ‘직업’에 관한 흔한 소재를 다루지만, ‘보는 재미’가 그만이다. 주인공 캐릭터를 사진처리해 배경그림과 결합시킨 독특한 작업방식으로 그림 구석구석을 살피게 하는 잡다함이 눈을 붙잡는다. “네가 선생님이 된다면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을 가르칠 거야”처럼 ‘무엇이 될까’보다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게 한다. 각권 4살부터.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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