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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북한산 호랑이’의 우정 갸륵하네

등록 2015-07-16 19:06수정 2015-07-16 22:10

그림 이야기꽃 제공
그림 이야기꽃 제공
효자 지켜준 의로운 호랑이
꿈을 위해 노력하는 호랑이
정성이 깊으면 이뤄진대요
● 호랑이와 효자 김장성 글, 백성민 그림/이야기꽃·1만2000원
● 악기가 된 호랑이 이윤희 글, 송수정 그림/파랑새·1만2000원

아이들은 호랑이를 좋아한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부터 이야기 주인공을 도맡아온 별나고도 어수룩한 호랑이들 덕분이다. 산중의 왕 호랑이가 끝내 당하고 마는 우스꽝스런 이야기에 아이들은 자신이 호랑이를 제압한 양 득의양양해진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겠다는 호랑이, 꾀 많은 토끼에게 속아 넘어가 제 꼬리를 물에 꽁꽁 얼리고 마는 호랑이쯤이야….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공포를 떨쳐내기 위해서일까? 호랑이에겐 친근하고도 사랑스런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다. 나아가 사람을 지켜주는 듬직한 수호신이 되기도 한다.

<호랑이와 효자>는 사람의 정성을 알아준 의로운 호랑이를 그렸다. 서울과 고양 사이 북한산 자락에서 인간세상을 굽어보며 효자를 지켜준 심지 굳은 호랑이, ‘산군’ 얘기다. 황석영 원작의 만화 <장길산>, <싸울아비>, <토끼> 등 역사만화로 일가를 이룬 백성민 화백의 ‘호랑이와 효자’ 그림에 반한 김장성 작가가 글을 입혀 그림책으로 완성됐다. 힘찬 붓놀림으로 되살린 북한산 호랑이가 그림책을 뛰쳐나올 것처럼 생명력이 넘친다. 노란 눈빛은 형형하고 곧게 뻗은 수염을 스치면 예민한 신경이 움찔할 것만 같다. 네모칸을 벗어난 백 화백의 자유분방한 ‘붓놀이’가 북한산 기운을 먹물의 농담만으로 솟구치게 한다.

효자 박태성은 어른이 되자 세살 때 여읜 아버지 무덤가에 움막을 짓고 삼년 시묘살이를 시작한다. “이 세상과 저세상이 따로 없다”며 눈보라가 치는 날도 빠짐없이 산길을 오간다. 아비를 그리는 자식의 한결같은 정성이 ‘산군’의 마음을 울렸다. 산군은 쓰러진 효자에게 따뜻한 등을 주고 산소 앞에 엎드려 절을 하는 동안은 늘 곁을 지킨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람과 짐승 간의 애틋한 마음을 돌아보는 공간인 듯 본질을 꿰뚫는 먹선 너머 과감한 여백이 특색이다. 지금은 낯선 시묘 풍습을 통해, 효의 구체적인 행동은 어떤 것일까 아이와 얘기 나눠볼 수도 있겠다. 7살부터.

<악기가 된 호랑이>는 꿈을 이루려 노력하는 호랑이 얘기다. 호랑이 모양의 전통악기 ‘어’에서 착안했다. 노래 잘하는 게 꿈인 호랑이는 목소리를 맑게 하려고 살코기 대신 시냇물로 배를 채우고, 입을 조금만 벌리려 ‘오홍’ 하며 갸날픈 소리를 낸다. 작은 새마저 비웃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노래 연습을 하다 지쳐 쓰러진다. 간절한 바람은 하느님의 마음을 얻어, 호랑이는 맑은 소리를 내는 나무 호랑이로 변하게 된다. 나무악기 ‘어’가 된 호랑이는 머리를 맞으면서도 늘 환하게 웃고 있다. 감정이입된 아이가 호랑이에게 노래하는 법을 가르쳐주며 자연스레 책놀이로 이어진다. 민화풍의 그림이 익살스럽다. 4살부터.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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