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과 스밈] 아들러 열풍 유감
일본 철학자이자 카운슬러인 기시미 이치로의 ‘용기’ 시리즈.
자기계발을 빌미로 한
소비문화를 긍정하는 쪽으로
더욱 폭넓게 응용돼왔다 다음달 방한할 저자는 아들러 심리학 책으로 유명한 일본 철학자이자 카운슬러인 기시미 이치로. 지난해 11월 국내 출간된 그의 책 <미움받을 용기>는 22주 동안 예스24 집계 종합 베스트셀러 1위, 교보문고 집계 상반기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글항아리의 <늙어갈 용기>를 비롯해 각종 ‘용기’ 시리즈가 쏟아져나왔고 기시미 이치로의 책만 국내에 10권 넘게 출간됐다. 대체 아들러가 누구길래 이 난리법석일까?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의학자이자 심리학자였던 알프레드 아들러는 ‘상처 받은 내면 아이’에서 벗어나 누구나 변화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프로이트의 심리학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프로이트, 융과 함께 심리학 운동을 하다가 1911년 결별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미국인들에게 ‘하면 된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이후 아들러는 <카네기 성공론>의 데일 카네기,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쓴 스티븐 코비 등에 영향을 주며 ‘자기계발의 아버지’가 됐다. 미국인들은 그의 ‘열등 콤플렉스’ 개념을 열광적으로 받아들였다. 열등 콤플렉스는 열등감을 변명 삼아 머물러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은 음울한데다 ‘무의식’ ‘성욕’ 같은 어렵고 불편한 개념을 사용했지만 아들러의 이론은 ‘노력’ ‘용기’ ‘자기 의지’ 등을 강조해 대중이 받아들이기에 훨씬 쉬웠다. 그의 이론은 성형외과 시술에도 정당성을 부여했다. 1930년대 미국의 성형외과와 대중잡지는 이 개념을 수단 삼아 미용산업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주름, 점, 이중턱, 매부리코 같은 노화나 특징까지 “기형이나 결함”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이다. 외과 수술로 외모를 고친 뒤 심적 고통을 극복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들이 속속 미디어를 장식했다. 아들러 스스로도 이런 흐름에 협조적이어서 1936년 뉴욕 외과의사 맥스웰 몰츠의 책 <새 얼굴, 새 미래>에 “얼굴 기형은 행동에 매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열정적인 서문을 써주었다. 이에 미국 역사학자이자 의학자인 엘리자베스 하이켄은 이렇게 말한다. “그 당시 열등 콤플렉스는 거의 모든 것을 팔 수 있었다.” 열등 콤플렉스는 한국 미용 성형의 의학적 위상을 정립하는 데도 적극 활용되었다.(엘리자베스 하이켄 <비너스의 유혹>, 태희원 <성형>)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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