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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태극기 할매는 왜 산으로 올라갔지?

등록 2015-07-30 19:31

그림 철수와영희 제공
그림 철수와영희 제공
밀양 할매들 송전탑 반대투쟁
‘남의집살이’ 학대받는 아이
슬픈 동화로 생각해보는 인권
밀양 큰할매
김규정 글·그림/철수와영희·1만2000원

침 묻은 구슬사탕
김기팔 글, 장경혜 그림/개암나무·1만3000원

모험과 환상의 롤러코스터를 타던 아이도 전두엽이 자라고 서서히 현실의 세계로 진입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이면 생각주머니가 제법 묵직해지고 세상일에도 눈을 떠간다. 부끄러운 현실을 담은 슬픈 동화 <밀양 큰할매>와 <침 묻은 구슬사탕>은 이런 아이들 눈높이에 맞춤한 약자의 인권 이야기를 전한다.

<밀양 큰할매>는 밀양 ‘할매 할배’들이 10여년간 송전탑 반대 투쟁을 왜 했는지 태극기 그리기 대회에서 1등을 먹은 소년의 눈으로 보여준다. 밀양 사는 큰할매는 ‘태극기 할매’로 불린다. 맨날 대문에 태극기를 달아놓기 때문이다. 내게 태극기 그리는 법을 가르쳐준 선생님도 큰할매다. 할매가 눈 감고도 태극기를 그릴 줄 아는 건, 나라 없는 설움을 잘 알아서다. “그라이 나라에서 하는 일은 다 이유가 있는 기라.” 할매는 평생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살아왔다. 그렇지만 마을 뒷산에 거대한 송전탑이 들어서고부터는 모든 게 달라졌다.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도시로 실어 나르는 765㎸ 초고압 송전탑은 평생 일군 터전과 모든 일상을 앗아갔다. 나라를 지키는 할매의 ‘무궁화꽃’은 이제 생명을 지키는 ‘민들레꽃’으로 바뀐다. ‘태극기가 감춘 국가의 폭력’을 김규정 작가는 판화풍의 그림으로 송전탑 앞에서 흩어져 날리는 무궁화 꽃잎으로 그려냈다. 한 사람의 평범한 하루와 일상을 지켜내는 게 인권임을 묵묵히 말한다. 책 뒷머리 ‘깊이 읽기’를 통해 에어컨을 소름 돋을 정도로 켜는 전기 소비자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미래 에너지는 어떠해야 하는지 사고 확장을 돕는다.

‘우리빛깔 그림책 시리즈’ 가운데 한 편인 <침 묻은 구슬사탕>은 1940년 1월 동아일보에 실렸던 김기팔 작가의 동화를 원본으로 삼아 학대받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그림책이다. 시대 생활상을 살린 한지 질감의 목탄 그림과 옛말을 살려낸 문장이 이채롭다. 여덟살쯤인 백희는 왜 없는지 부모도 없고 남의집살이를 하며 온갖 구박을 받는다. 주인집 아기의 ‘약가심’으로 먹일 구슬사탕 심부름길을 심술쟁이 정돌이가 막아서며 사달이 난다. 사탕을 한 번만 빨아먹게 해주면 백희의 동무가 되어주겠다는 것. 그러나 침 묻은 사탕을 들고 온 백희를 본 주인아주머니는 “머리카락을 감아쥐고 만판 갈긴다.” 끝내 정돌이 그랬다고 말하지 못한 백희를 토닥이며 일으켜주고픈 마음이 든다. 초등학생부터.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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