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법정스님 ‘무소유’, 욕망의 70년대에 던진 근원적 화두

등록 2015-08-20 22:14수정 2015-08-21 11:01

[광복 70년, 책읽기 70년] ⑧ 산업화 시대 저항의 독서
출판문화협회의 독서경향 조사(<매일경제> 1979. 1. 10)에 따르면, 당시 연령, 지역, 성별에 관계없이 많이 읽힌 국내서적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더불어 법정 스님의 <서있는 사람들>(1978)이었다. 조금 앞서 법정 스님의 대표 수필집 <무소유>(1976)도 출간되었다. 이 에세이들은 스님의 유언으로 절판될 때까지 꾸준히 재간행되며 사랑받아왔다.

<무소유>
<무소유>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은 집단적인 변혁운동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청년 시절, 나는 개인의 수양을 강조하는 수필집 <무소유>의 내용이 불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강남 개발, 부동산 투기 등 욕망의 시대에 제기된 ‘무소유’의 철학은 어쩌면 변혁운동만큼이나 근원적이고 급진적인 사유일지도 모른다.

생명을 존중하고 불의에 맞서
온몸으로 살 것 가르친 수신서
핵심 몰랐던 그분도 각별한 애정
생명 짓밟으며 ‘4대강 살리기’라고

그런 점에서 스님을 요즘 넘쳐나는 이른바 ‘힐링’ 전도사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는 생명을 존중하고 힘없는 자들과 함께 불의에 맞서며 살 것을 온몸으로 가르쳤다. 예컨대, 그는 서슬퍼런 박정희 유신정권에 대항한 ‘헌법 개정 백만인 청원 운동’의 발기인 30명 중 하나였다.

스님의 대표작인 <무소유>는 훌륭한 수필이지만, 집착의 원인인 난초 화분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마지막 장면은 왠지 번민을 타인에게 떠넘기는 것처럼 느껴져 불편했었다. 하나 생명을 소중히 여겼던 스님으로서는 난초들을 죽일 수도 없는 일 아니었겠는가. 괜한 트집이 이제는 송구스러울 뿐이다.

<무소유>에서 스님이 말하는 핵심이 아니라 엉뚱한 것을 배우는 사람이 드물진 않은가 보다. 이를테면 법정 스님이 입적하신 후에 “고인의 저서(무소유)를 아끼고 해외 순방 때도 끼고 다녔다”고 각별한 애정을 밝힌 분도 그 하나이다. 그렇지만 그분은 정작 이 책을 발행한 출판사 이름인 ‘조화로운 삶’을 작품명이라 우겼다.

그분은 멀쩡한 강을 파헤쳐 뭇생명을 유린하는 사업을 ‘4대강 살리기’라 명명하고, 핵에너지 개발을 ‘녹색성장’이라 이름짓는 기발한 반어를 선보였는데, 어쩌면 법정 스님의 에세이에서 ‘무소유’와 생명 존중이 아니라 반어법의 형식만을 배운 건지도 모르겠다. ‘똑같은 물을 마시고 뱀은 독을 만들고 소는 우유를 만든다’는 옛말이 있다. 우리가 하는 독서도 그와 다르지 않은 것일까?

정종현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인문한국(HK)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