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빨간약
권용득 등 지음/보리·1만2000원 어느 날 만화가들과 황지우 시인이 삼겹살집에서 모였다. 황 시인이 말했다. “대한민국은 삼겹살 나라야. 전근대, 근대, 포스트모던, 이 세 겹이 동시대에 겹쳐 있어. 재미있는 나라지.” 만화가들이 말을 받았다. “이 애증의 삼겹! 잘근잘근 살이 되고 피가 되게 먹어 버릴 거야.” “이런 시대, 먹고, 삼켜 내고, 똥 싸 버릴 겁니다.” ‘불순한 만화가’ 6명이 삼겹살을 씹으며 <빨간약>을 함께 창작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성희, 김수박 만화가는 이 땅의 민주화에 온몸으로 기여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역사를 그려냈다. 마영신 만화가는 정체를 숨기고 일베 테러를 감행한 자전적 이야기를 전했다. 권용득 만화가는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자행된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에 이어 공론장에서 금칙어가 돼버린 개표 부정 의혹까지 알기 쉽게 그렸다. 한수자 , 김홍모 만화가는 1950년대 남파된 ‘진짜 간첩’들을 인터뷰했다. 북한의 삼대 세습을 ‘능력에 따른 정당한 권력 창출’로 받아들이는 남파간첩 박종린씨의 인식에서 도저히 좁힐 수 없는 정서적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이들을 괴물이 아닌 인간으로 보려 한 만화가의 진정성은 느낄 수 있다. 정통성도 없으면서 국민의 생명조차 지키지 못하는 무도한 정권. 반대파는 빨갱이로 몰고 혐오와 비방과 비하만 즐기는 저급한 사회. 만화가들은 절망하면서도 낮게 읊조린다. “사람이 변하면 세상이 변합니다. 언젠가는.”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권용득 등 지음/보리·1만2000원 어느 날 만화가들과 황지우 시인이 삼겹살집에서 모였다. 황 시인이 말했다. “대한민국은 삼겹살 나라야. 전근대, 근대, 포스트모던, 이 세 겹이 동시대에 겹쳐 있어. 재미있는 나라지.” 만화가들이 말을 받았다. “이 애증의 삼겹! 잘근잘근 살이 되고 피가 되게 먹어 버릴 거야.” “이런 시대, 먹고, 삼켜 내고, 똥 싸 버릴 겁니다.” ‘불순한 만화가’ 6명이 삼겹살을 씹으며 <빨간약>을 함께 창작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성희, 김수박 만화가는 이 땅의 민주화에 온몸으로 기여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역사를 그려냈다. 마영신 만화가는 정체를 숨기고 일베 테러를 감행한 자전적 이야기를 전했다. 권용득 만화가는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자행된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에 이어 공론장에서 금칙어가 돼버린 개표 부정 의혹까지 알기 쉽게 그렸다. 한수자 , 김홍모 만화가는 1950년대 남파된 ‘진짜 간첩’들을 인터뷰했다. 북한의 삼대 세습을 ‘능력에 따른 정당한 권력 창출’로 받아들이는 남파간첩 박종린씨의 인식에서 도저히 좁힐 수 없는 정서적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이들을 괴물이 아닌 인간으로 보려 한 만화가의 진정성은 느낄 수 있다. 정통성도 없으면서 국민의 생명조차 지키지 못하는 무도한 정권. 반대파는 빨갱이로 몰고 혐오와 비방과 비하만 즐기는 저급한 사회. 만화가들은 절망하면서도 낮게 읊조린다. “사람이 변하면 세상이 변합니다. 언젠가는.”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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