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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국가론, 전체주의로 오해…실제론 자유로운 삶 보장 강조해”

등록 2015-08-31 19:10수정 2015-08-31 20:54

‘사회적 국가와 헤겔철학’ 국제학술대회

“이성적으로 형성된 법치국가와 사회적 국가만이, 규제가 없으면 파괴되고 마는 자본주의적 시장질서의 기능을 보장한다.”(크라우스 피벡 독일 예나대 교수)

‘사회적 국가’라는 주제로 헤겔 철학을 다룬 국제학술대회가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렸다. 한국헤겔학회가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연세대 위당관에서 연 ‘사회적 국가와 헤겔철학’ 국제학술대회에는, 독일·한국·미국·일본·홍콩·중국 등의 내로라하는 헤겔 전공자들이 참석해 헤겔의 ‘시민사회’와 ‘국가’ 문제를 다뤘다. 신자유주의의 위기 속에서 국가의 책무를 강조하는 ‘헤겔의 국가론’이 재발견되었다.

국내외 헤겔 전공자들 한자리에
“국가가 시민사회 홀대 반성”
헤겔의 ‘사회적 국가론’ 재발견

기조강연자 크라우스 피벡 교수(독일 예나대)는 헤겔에 대해 “처음으로 시민사회와 국가를 구분한 사상가였다”고 평가했다. 헤겔의 국가는 자본주의적 시장질서를 존중하지만, 시장주의 영역을 규제하고 질서의 테두리를 부여한다. 헤겔의 ‘시민사회’도 오늘날 흔히 얘기하는 ‘시민단체’의 연합체와는 다르다. 헤겔의 ‘시민사회’는 “자유인들의 연합체”다. 이는 시장사회, 연대사회, 능력사회, 복지사회의 개념을 포괄한다.

발표자들은 헤겔의 국가 이론이 오래 오해받아왔다고 강조했다. 정대성 교수(연세대)는 “지금까지 헤겔의 국가 개념은 전체주의, 국가주의의 한 유형으로 간주돼왔지만 실제로 헤겔은 개별자들의 자유로운 삶을 보장하는 데 국가가 의무를 진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헤겔의 ‘사회적 국가’는 시장근본주의적인 탈규제가 아니라, 개인의 기본권과 자유를 위해 법적·재정적·물질적 조치를 취하는 민주주의 국가를 가리킨다는 것이다.

헤겔의 ‘사회적 국가론’이 현대 복지국가에 대한 논의를 출발시켰다는 데 학자들은 대체로 동의했다. 헤겔의 ‘사회적 국가론’은 치안과 안보만 유지하는 ‘야경국가’를 넘어서 개인의 정치적·경제적 자유를 함께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행사에서 또 하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은 ‘자유’의 개념이다. 나종석 연세대 교수는 “헤겔 <법철학>의 핵심 주제는 ‘자유’”라며, “헤겔은 (부조·노동·주거·교육의 권리 등) 기본권이 자유의 실현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권리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곧, 헤겔의 ‘사회 국가’는 인간 존엄성을 담보하는 전제 조건이 되는 것이다. 또 나 교수는 “애국심은 국가에 대한 일방적 희생이라기보다 개인적 관심과 국가의 보편적 목표가 통일될 경우에만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있어서 의무와 권리의 상호의존성을 강조했다는 얘기다.

헤겔의 ‘천민’ 개념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헤겔은 사회 성원이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데 자긍심을 상실할 때 ‘천민’으로 전락한다고 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갑질’ 하는 부자들처럼 ‘부자 천민’도 존재한다. “헤겔은 경제적 이익만을 중시하면서 타인의 자긍심을 짓밟고 법과 정의를 상실한 과도한 부의 소유자들로 인해 천민자본주의가 만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홍준기·홍익대) 헤겔이 자유주의 철학이나 주류 경제학과 차이를 보이는 이유다.

독일 튀빙겐대학의 프리드리케 쉬크 교수는 “시민사회 내의 빈곤 발생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사회의 제도와 밀접히 연관된다”며 “헤겔은 비참함을 ‘개인의 실패’로 돌리는 자유주의적인 견해에 반대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시민사회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강조한 것이다.

한국헤겔학회 회장 유헌식 교수(단국대)는 “한국 사회가 여러 과정이 생략된 근대화를 추진하며 빚어낸 파행적 모습을 돌아보고,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 사태에서 국가가 시민사회를 얼마나 홀대했는지 반성하는 계기로서 행사를 마련했다”며 “사회적 부조리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기회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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