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들은 생계부양자를 잃은 여성이 많았고, 폭파범 또한 여성이었다. 2003년 ‘칼기 폭파사건 16주기 추모식’에서 오열하는 실종자 가족의 모습.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김현희-칼기 사건 10년 학술 탐사
63명 면접·5개국 비밀문서도 포함
‘이야기의 힘’ 강조한 국제관계학
63명 면접·5개국 비밀문서도 포함
‘이야기의 힘’ 강조한 국제관계학
김현희-KAL 858기 사건과 국제관계학
박강성주 지음/한울아카데미·3만4000원 이것은 냉전과 안보 그리고 국제정치에 대한 거대하고 까다로운 이야기다. 다들 사건이 명백하게 밝혀졌다고 하지만 피해 당사자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이야기, 그러나 끝내 누군가 하고 또 들어야 하는 이야기다. <슬픈 쌍둥이의 눈물>은 이른바 ‘칼기 폭파 사건’으로 일컫는 비극을 다룬 국제관계학 학술서다. 지은이 박강성주 네덜란드 레이던대(지역학연구소-아시아학대학) 교수는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 삼아 쓴 이 책을 지난해 영국 라우틀레지 출판사에서 영어로 출간했으며 최근 한국어판을 직접 수정·번역했다. 1987년 11월29일, 대한항공 858기는 탑승자 115명과 함께 안다만해에서 사라졌다. 12월15일, 대통령 선거 하루 전 ‘여성 테러리스트’가 바레인에서 서울로 압송되었다. 23일, 그는 자신의 이름이 김현희이며 비행기를 폭파했고 북한 지도부가 서울올림픽을 방해하려 지령을 내렸다고 자백한다. 1990년 3월 그는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보름 뒤 사면되었다. 얼마 뒤 영화 <마유미>(영어제목 ‘마유미: 처녀 테러리스트’, 신상옥 감독)가 개봉됐다. 김현희는 수기를 펴냈고, 강연을 했고, 자신의 고통도 증언했다. 1997년 12월 김대중 대통령 당선 직후 전 안기부 직원과 결혼했다. 지은이는 2002년 통일부가 주최한 전국 대학생 통일논문 현상공모전에 논문을 응모해 입상했지만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쓴 부분을 수정해달라는 요구를 받았고, 거부했다. 입상은 취소되었다. 힘들었지만 연구를 이어가기로 하고 2004년부터 4년 동안 실종자 가족회와 사건 대책위원회가 마련한 거의 모든 모임과 활동에 참여했다. 한국,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스웨덴 정부에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총 63명을 면접했으며 그중 절반은 실종자 가족들이었다. 조갑제·주진우 등 관련 기사를 쓴 기자들, 재조사에 관여한 이들, 인권활동가, 전 정부 관리들을 만났다. ‘젠더-고통-진실’이라는 개념은 책의 뼈대를 이룬다. 폭파범은 ‘여성’이었고(젠더), 사건에는 여러 의문이 있으며(진실), 많은 이들이 고통을 당했다. 이 책은 ‘젠더화된 고통’을 다루면서도 왜 특정한 고통이 무시되고 특정한 설명만이 진실로 간주되는지 살핀다.
1989년 첫 공판 당시 김현희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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