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 첫번째 월요 포럼.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주최
1년간 포럼·학술대회·워크숍
‘한국사회 공공성 부재’ 고민
7일 첫 포럼선 한미관계 다뤄
“한국 현대사는 곧 미국식 변형”
1년간 포럼·학술대회·워크숍
‘한국사회 공공성 부재’ 고민
7일 첫 포럼선 한미관계 다뤄
“한국 현대사는 곧 미국식 변형”
지난해 세월호 참사 뒤 ‘나라’와 ‘국가’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한 응답을 위해 학계 연구자들이 장기 분석에 나섰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은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라는 제목으로 내년까지 1년 동안 관련 포럼과 학술대회를 연다. 한국 사회의 공공성 부재 현상을 진단해보는 대장정이다.
이 행사는 포럼, 학술대회, 워크숍으로 나뉜다. 올해 말까지 여덟 차례 여는 ‘월요포럼’에는 장하성(한국 자본주의·고려대 경제학), 고세훈(복지·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를 비롯해 손호철(정치·서강대) 교수,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백승헌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등이 발표자로 나선다.
7일 고려대 한국학관에서 연 첫 포럼에서 정일준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의 국제관계를 검토하는 뿌리 깊은 질문을 던짐으로써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제국들 사이의 한국: 다시 원점으로?’라는 발표에서 그는 “한국이 미국에 구조적으로 종속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일면적이지만, 한-미 관계를 두 주권국가 사이의 평등한 국제관계라고 보는 것도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말했다.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구조적 문제가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또 그는 “한국 현대사는 총체적인 미국식 사회변형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70년 동안 한국은 미국과 군사적으로 동맹관계에 있고, 한국의 정치모델은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며, 한국 경제는 영미식 자유시장경제, 문화적으로는 미국식 생활방식이나 사고방식을 깊이 내면화했다”는 설명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보통의 주권국가이면서도, 세계자본주의체제 재생산을 위해 노력하는 ‘제국’”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단, ‘미국 제국’은 ‘제국주의’와는 달라서 “미국의 것과 유사한 정치·경제기구를 복제하는 연성권력을 사용해왔다”고 덧붙였다. 문화적·이념적으로 ‘미국 제국’식 사고방식을 내면화한 것이 중요한 통치성의 일부라는 것이다. 또 1960~70년대 말까지 ‘근대화 프로젝트’는 ‘미국 제국’의 ‘지구 통치 전략’이었으며 박정희 정권 또한 국가 프로젝트로서 조국 근대화를 추진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정 교수는 무엇보다 한-미 관계의 핵심인 한-미 군사동맹에 대한 성찰 없이 남북관계 정상화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미국을 지나치게 내면화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이라는 존재가 너무나 익숙한 한국 현실의 일부가 됨에 따라 정작 한-미 관계가 한국의 정치경제 변동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인식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종합했다. 이른바 ‘미국 제국’의 판도 위에서 살아온 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중국의 대두와 같은 최근 변화를 요구받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그리고 그 틀 위의 국가가 무엇인지 뿌리부터 다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 다음 월요포럼은 21일 낮 12시부터 고려대 장하성 교수가 ‘한국 자본주의’에 대해 발표한다. 12월까지 포럼은 생태·환경, 평화통일, 한국 정치, 한국의 사법제도, 군사·안보, 복지에 대해 추가로 논의할 예정이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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