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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민주적 자본주의’는 애초에 불완전하다

등록 2015-09-10 20:36

시간 벌기
-민주적 자본주의의 유예된 위기

볼프강 슈트렉 지음, 김희상 옮김
돌베개·1만5000원

1960년대 후반 한때, 프랑크푸르트 학파를 중심으로 자본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의심하는 ‘위기이론’이 제기됐다. 당시 위기이론의 주된 논점은 ‘정당성의 위기’, 곧 임금과 이윤의 갈등 사이에서 자본이 제공하는 것들을 과연 정당하게 나눌 수 있느냐에 맞춰져 있었다. 반면 자본이 사회를 계속 떠받치는 구실을 계속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독일 막스플랑크 사회연구소 명예소장인 볼프강 슈트레크는 지난 40여년 동안의 자본주의 경제체제 역사가 “시간 벌기”와 다름없었다고 규정짓는다. 많은 사람들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된 ‘민주적 자본주의’가 그동안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둬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애초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위기를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유예하며 여태까지 이어온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그 때문에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금융위기 그리고 그에 이은 재정위기 같은 민주적 자본주의 체제의 균열은, 사실상 그 원인을 40여년 전과 그 뒤 벌어진 ‘땜질식 처방’들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 제도주의’ 관점을 좇는 지은이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결합은 애초에 불완전한 것으로 끊임없이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자본주의의 확장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을 위한 안정적인 생활 세계’라는 논리와 충돌하는 한 그 어떤 위기 극복 대책도 임시방편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결합은 1960년대 말에 이미 그 한계를 드러냈다. 전후 재건사업이 끝나가면서 생산적 자본투자는 임금 인상을 따라잡지 못하게 됐다. 이때 ‘자본주의의 평화’를 지켜준 것은 인플레이션이었다. 주요국들이 10년 동안 유지한 인플레이션 기조의 통화정책은 충분치 않은 경제성장의 공백을 메꾸고 소비사회가 급격히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됐다. 그러나 70년대 후반 들어 인플레이션의 마법은 그 효력을 다했고, 자본주의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새롭게 ‘국가부채’가 동원됐다. 국가부채를 늘려 확보할 수 있는 재정자원으로 사회의 갈등을 봉합하는 데 쓴 것이다. 이 역시 오래 갈 순 없었다. 90년대 들어서부터는 국가의 채무가 개인의 가계부채로 이전되기 시작했다. 지은이가 제시한 주요국 관련 도표를 보면 인플레이션과 국가부채, 가계부채가 서로 교차하며 자본주의의 위기를 땜질해온 추세가 드러난다.

이러한 역사는 사실상 민주적 자본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를 솎아내고 자본주의가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과정과 다름없었다. 이런 땜질이 앞으로도 가능할까? 지은이는 최근 유로존의 위기를 언급하며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겪은 뒤 부채 국가가 다시금 ‘재정 건전화’ 국가로 변신하려는 상태”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땜질의 성공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독재’라는 하이에크식 사회 모델의 완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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