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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정보기관의 ‘감시’가 ‘사료’가 되다

등록 2015-09-24 21:08

잠깐독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
고상만 지음/오마이북·1만6000원

1966년 삼성의 ‘사카린 밀수 사건’이 터지자, 장준하는 규탄대회에서 “밀수 왕초는 박정희씨다. 조무래기 소매치기를 잡아야 헛일인 것과 마찬가지로 밀수를 근절하려면 바로 왕초를 잡아야 한다”고 연설했다. 박정희 정권은 그를 ‘국가원수모독죄’로 구속했다. 이 연설의 내용은 독재 정권의 충견이었던 중앙정보부가 남긴 기록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바로 ‘장준하 동향보고’다. 중정은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가 ‘혁명 공약’을 깨고 직접 대선에 뛰어들면서 장준하의 비판이 거세진 1963년부터 그가 숨진 1975년까지 무려 12년 동안 미행, 사찰, 도청 등의 방식으로 그를 기록했다. 사후 3년 동안은 유족과 동지들을 감시하고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 책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장준하 의문사를 담당했던 지은이가 입수한 중정의 동향보고가 뼈대다. 장준하의 ‘불온한’ 언행을 감금하려 했던 박정희의 노력 덕분에 선거나 규탄대회, 장준하가 주도했던 ‘유신헌법 개헌청원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 등에서 그가 한 수많은 연설 내용은 온전히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작은 꼬투리라도 잡으려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던 중정이 작성한 보고서는, 역설적으로 그의 삶과 반독재 투쟁에 관한 객관적이고 풍부한 ‘사료’가 됐다. 그럼에도 40주기가 되도록 그의 타살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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