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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악의 평범성’ 통과한 부끄러운 무용담

등록 2015-10-01 20:41

잠깐독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최경민 지음/휴머니스트·1만원

이 만화는 폭력에 굴복하고 폭력을 내재화하는 우리 풍경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군에서는 1984년 허원근 일병 사건부터 지난해 윤 일병 사건까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의외로 폭력은 최고 권력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서 발생한다. 이야기는 이등병 기두식과 정병수가 “병사들에게 믿고 맡기는” 스타일의 중대장 휘하에 전입해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행동이 굼뜬 정병수는 관심사병이 되고, 위로부터 한마디는 폭력으로 증폭돼 계급을 타고 내려온다. 제대 뒤 술자리에서 기두식은 무용담처럼 동기 정병수를 이야기한다. 군 생활 적응 못해서 남에게 피해주는 놈이 나쁜 놈이다. 사회의 문제아가 군대 가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착한 선임? 그런다고 군대가 바뀌나? 이에 대해 작가는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이 만화는 저의 부끄러운 무용담입니다. 이렇게 살아서 이렇게 살아남았다고.” 이 만화는 그래서 ‘대답하는’ 책이라기보다는 독자들에게 ‘질문하는’ 책이다.

군 폭력이 변하지 않은 건 대한민국 남성이 똑같은 터널을 지나왔기 때문이다. 군대가 사회생활에 도움 된다는 얘기가 허황된 주장만은 아닌 이유는, 권력법칙과 비겁한 생존이 극단화된 사회의 축소판을 바로 군대에서 몸으로 익히기 때문이다. 군 폭력을 근절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 폭력성의 치료에 대한 전망도 낙관할 수 없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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