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폭탄 투하는 정말 짜릿하다”

등록 2015-10-15 21:10

잠깐독서
나치의 병사들
죙케 나이첼·하랄트 벨처 지음, 김태희 옮김
민음사·3만2000원

전쟁의 주체는 국가지만, 전투에 나서는 병사들은 개인일 뿐이다. 군인이기 전에 인간인 그들은 전장에서 ‘괴물’로 바뀐다. 이 책은 인간이었던 병사들이 왜 괴물로 바뀌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2001년 독일 현대사학자 죙케 나이첼은 영국 국립보존기록관에서 서류 뭉치 하나를 발견했다. 2차 대전 당시 영국군이 독일군의 대화를 도청하거나 녹음한 기록이었다. 추후 연구자들은 미국에서 10만 쪽 분량의 비슷한 자료를 또 발견한다. 병사들의 대화는 이렇게 역사가 됐다. 책은 전쟁을 통해 악마로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폭탄 투하가 내게는 욕망이 되어 버렸다. 정말 짜릿하다. 기분이 상쾌해진다”는 한 독일 공군 중위의 말에선 인간성이란 찾아볼 수 없다. 전쟁은 강자에겐 비굴하지만, 약자에겐 처절하도록 가혹했다. “여자들은 한 시간에 14명 내지 15명을 받았다. 이틀에 한 번씩 여자들이 교체됐다”는 군대 안의 매춘 실태 증언은 전쟁이 가져온 참혹함의 한 단면이다. 이런 악마화된 군인 개개인이 인종주의나 나치즘 같은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지만, 저자들은 정작 이데올로기의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본다. 핵심은 ‘전쟁’이라는 프레임이다. “군인들은 무엇보다 군대와 전쟁의 프레임에 의해 정향(定向)했으며 여기에서 이데올로기는 부차적 역할만 담당했다”. 전쟁, 그 자체가 괴물이라는 뜻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