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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자기 역사 쓰기에서 발견한 마음속 감옥

등록 2015-10-29 20:47수정 2015-10-29 20:48

잠깐독서
내 아버지로부터의 전라도
오윤 지음/사람풍경·1만4800원

“윤아, 세상은 말이다. 일등이 아니면 안 된다. 특히 전라도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말이다.”

늘 3~4위권인 해태 타이거스를 응원하며 아버지는 말했다. 나, 오윤은 전라도 사람을 혐오하던 경상도 출신 국장과 주먹다짐 끝에 전라도로 좌천된 공무원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2년에 목포로 전학왔다. 서울행 기차시간을 달달 외우던 아이의 욕망은 어디에서 왔을까?

해고 통지와 아내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2010년, 모호한 생의 불안감과 갈등으로 치닫는 관계를 방치할 수 없었다. ‘자기 역사 쓰기’를 시작하면서 좌절과 상처의 근원을 찾아보니, 그 중심엔 ‘전라도’가 있었다. “전라도가 고향이라고 말하지 마.” 외갓집으로 가던 전라선에서 들었던 그 말은 알게 모르게 삶을 지배했다. 광주의 우울함을 몰아내려 중학교 땐 전교 1등에 집착했다. 아버지가 9년 만에 서울로 복귀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아들의 본적을 바꾼 것. “나는 한국의 니그로였다.” 아버지로부터의 전라도는 내 삶을 변방에 가두는 마음의 감옥이었다.

책은 1976년생 대한민국 마흔 살 남자의 진솔한 이야기인 동시에 동시대 모든 세대의 이야기로 손색없다. 가족의 깨알같은 드라마와 굵직한 현대사, 문화사가 엮여서 재미있다. 임상 역사가 워크숍 자기 역사 쓰기를 통해 “마음 깊은 곳에 숨겨진 그림자들을 화산처럼 폭발”시킨 1500매의 이야기를 쏟아낸 뒤 그는 복직도 하고 집으로도 돌아갔단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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