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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유토피아, 거대한 농담?

등록 2015-11-05 20:32수정 2015-11-05 20:37

잠깐독서
유토피아, 농담과 역설의 이상 사회
주경철 지음/사계절·1만2800원

‘헬조선’ 이전에 ‘헬잉글랜드’가 있었다. 거기서도 만만찮은 지옥도가 펼쳐졌다. 직물업이 성장하고 양모 값이 치솟았다. 땅 가진 귀족들은 농사짓던 소작농을 내몰고 울타리를 친 채 목동 한두 명만 두고 양떼를 길렀다. 쫓겨난 이들은 거지가 되거나 도둑이 됐다. 당국은 족족 이들을 잡아 수용소에 가두거나 교수형에 처했다.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 시대였다.

토머스 모어는 디스토피아의 극복을 꿈꿨다. 그 꿈꾸기를 묶은 책이 <유토피아>, ‘어디에도 없는 나라’였다. 굶주리는 이 없고, 사치하는 이도 없는, 하루 여섯 시간만 일하면 되는 당시로선 꿈만 같은 세상.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인 지은이가 <유토피아>의 구상과 배경을 꼼꼼히 좇는다. 그랬더니 사실 유토피아는 또 이런 곳이란다. 누구나 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집에 살며, 식구가 16명이 넘으면 이웃집으로 강제 이주시킨다. 아이들은 선 채로 어른이 주는 음식만 받아먹을 수 있고, 국가원수의 허가증 없이 여행을 했다가는 노예가 되고 만다. 거대한 수용소, 좋게 보면 수도원이다. ‘극단적 정의는 극단적 불의다.’ 모어는 당대의 꿈을 <유토피아>에 담되, 그 꿈꾸기의 극단에 서린 위험을 간과하지 않았다. 극단의 함정을 피하는 성찰이 <유토피아>의 은밀한 강조점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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