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 사진 열린책들 제공
프랑스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
‘공쿠르상 수상작’ 한국어 출간
‘공쿠르상 수상작’ 한국어 출간
“제 소설은 제대한 청년들이 생존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자 하는 노력을 그린 모험소설이자 사회의 부조리를 다룬 작품이기도 합니다. 모험소설로 공쿠르상을 받은 건 제 작품이 처음입니다. 작품 배경은 1차대전 직후 프랑스이지만 주제는 인류 공통의 것이니까, 한국에서도 많이 읽히기를 바랍니다.”
장편 <오르부아르>로 2013년 공쿠르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64)가 수상작의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10일 낮 주한프랑스문화원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르메트르는 “우선은 독자가 내 소설에 빠져들어 즐겁게 읽기를 바라지만, 책을 덮고 나서는 국가와 국민, 전쟁과 죽음 같은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원제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에서 ‘다시 만나요’에 해당하는 ‘오르부아르’(Au revoir)를 한국어판 제목으로 삼은 이 소설은 1차대전에 참전했다 돌아온 젊은이 둘이 제대 군인을 돌보지 않고 전사자 추모사업에만 거액을 쏟아붓는 국가에 분개해 전쟁영웅 기념비 건립사업과 관련한 사기극을 꾸민다는 설정을 담았다.
“국민을 상대로 한 국가의 사기와 부조리, 음모는 어느 시대 어느 국가에나 일어나는 일입니다. 신문을 읽어 보면 한국에도 종종 그런 스캔들이 있더군요. 제 소설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 희생자 수천만명을 낳은 1차대전을 소재로 그런 국가의 거짓을 까발리려 한 작품입니다.”
르메트르는 55살 때 쓴 첫 소설 <이렌>으로 등단한 뒤 <웨딩드레스> <실업자> 같은 추리소설로 여러 상을 받았다. 자신의 작품을 거리낌없이 ‘대중소설’이라 일컫는 그의 공쿠르상 수상은 큰 화제가 되었으며, 수상작 <오르부아르>는 프랑스에서만 100만부 넘게 팔리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아울러 인정받았다.
“늦깎이로 등단했다지만 그전부터 꾸준히 글을 쓰는 작가였습니다. 등단작을 낸 4년 뒤에는 늦둥이도 얻었어요. 매사에 남들보다 조금 늦는다는 게 제 특징입니다. 중요한 결정을 하려면 50년 정도는 기다리라고 젊은이들에게 충고하곤 합니다.(웃음)”
666쪽에 이르는 <오르부아르> 한국어판의 말미 ‘감사의 말’에서 그는 에밀 아자르, 스티븐 크레인, 빅토르 위고, 마르셀 프루스트 같은 작가들을 차용했다고 밝혔다. 차용과 표절의 차이에 대한 그의 답은 명쾌했다.
“소설을 쓰는 동안 머릿속에 떠오른 어떤 표현이나 캐릭터, 장면이 다른 작가의 책에서 온 것임을 깨닫게 되면 그때그때 메모해 두었다가 책 말미에 감사 표시를 합니다. 그게 차용입니다. 표절 작가는 그런 사실을 밝히지 않죠.”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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