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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불안하고 근심 많은 내년 ‘나 혼자’ 대세

등록 2015-11-12 21:07수정 2015-11-13 10:10

2016년을 전망하는 트렌드 서적들을 보면, 혼자 색칠하며 만족감을 얻는 컬러링북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자료사진
2016년을 전망하는 트렌드 서적들을 보면, 혼자 색칠하며 만족감을 얻는 컬러링북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자료사진
내년 전망 트렌드서 봇물
사회적 불안감 가속될 듯
경기 침체 속 ‘과시’ 엿보여
트렌드 코리아 2016
김난도·전미영 등 지음/미래의창·1만6000원

라이프 트렌드 2016
김용섭 지음/부키·1만5000원

빅 픽처 2016
김윤이·이보인 등 지음/생각정원·1만3000원

트렌드 에듀 2016
이병훈 교육연구소 지음/다산에듀·1만5000원

연말을 앞두고 몇가지 키워드로 내년 세태를 짐작하는 책들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트렌드 연구자’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가 참여해 매년 눈길을 끌어온 <트렌드 코리아 2016>은 올해도 출간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인터넷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그밖에도 일상의 라이프스타일을 다룬 <라이프 트렌드 2016>, 내년 교육 경향을 진단하는 <트렌드 에듀 2016>, 하버드 출신 국내 전문가들이 핫 이슈를 큰 분야로 묶어낸 <빅 픽처 2016> 등이 쏟아져나왔다.

2016년을 전망하는 트렌드 서적들의 공통적인 키워드는 ‘불안’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6>은 내년 병신년 원숭이해의 경기침체를 우려한다. 세계경제도 그렇지만 대내적으로 가계부채가 느는 한편, 고용이 둔화하여 소비 심리가 위축된다는 점을 악재로 꼽았다. 지은이들은 내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에 대한 상징을 ‘몽키 바’로 정했다. 놀이터나 군대 유격장 구름다리를 가리키는 이 말은 재빠른 원숭이처럼 위기를 무사히 넘기라는 바람을 담았다고 한다.

책을 보면, 경기침체 우려 속에도 욕망의 용광로는 들끓을 모양이다. 지은이들은 돈 없이도 일상을 우아하게 영위하려는 마지막 서바이벌 전략, ‘플랜 제트(Z)’라는 신조어를 제안했다. 예컨대 최소한의 비용으로 집을 예쁘게 꾸며 컬러링북을 색칠하거나 초소형 ‘나노블록’을 쌓으며 노는 키덜트족들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값비싼 외국 브랜드 커피 대신 1000원대의 ‘저렴이’ 국산 커피가 인기를 끄는 등 ‘가성비’ 풍속도 유행을 가속화하리라 본다.

‘과잉근심사회’의 불안 산업은 몸집을 불릴 것으로 보인다. 각종 사건 사고, 감염병으로 인해 사회적 근심과 불신이 쌓이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특히 체취나 모공 등을 과장해서 드러내는 인터넷 혐오 광고처럼 잠재적 두려움을 건드려 상품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이에 향수, 가글액, 여성동행 서비스, 건강상품, 금융상품 마케팅이 봇물을 이룰 듯하다.

요술램프를 문질러 거인을 불러내듯, 괜한 걱정을 불러들이는 ‘램프증후군’도 트렌드 키워드에 올랐다. 사람들이 걱정 근심 때문에 안전한 길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과학적 모성은 곧 강한 소비자성으로 연결되는바, 육아 지식으로 무장한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위해 각종 육아·교육 정보를 촘촘히 동원해 ‘아키텍키즈’(건축+아이들)를 길러낼 것이라고 이 책은 분석했다. 이 또한 과잉 걱정, 불안의 효과다.

자기 과시의 장이라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은 확대될 듯하다. 허세 작렬하는 ‘있어빌리티’(능력+있어 보인다는 뜻의 합성어)가 유행한다는 예견이다. 절망·분노·갈등 지수가 높아져 ‘원초적 본능’을 저격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하니, 이런 문화가 폭력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또 이 책은 사악한 가격을 단 명품 에코백이나 유명 브랜드 재활용 가방처럼 ‘연극적 개념 소비’를 강조하는 경향도 늘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약한 일이다.

각계 전문가 12명이 내년 한국의 이슈와 쟁점을 크게 정리한 <빅 픽처 2016>은 자율주행차, 드론,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 문화, 사물인터넷, 코딩의 유행을 점쳤다. 내년 교육경향을 13가지로 정리한 <트렌드 에듀 2016> 또한 “세계가 코딩 열풍에 빠져 있다”며 내년 국내에서도 코딩 교육이 상당한 인기를 누리리라 예상했다.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다룬 <라이프 트렌드 2016>의 부제는 ‘그들의 은밀한 취향’. 내년은 브랜드와 로고보다 개인의 독특한 취향을 강조하는 문화가 득세하며 집꾸미기(홈 퍼니싱)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안티에이징보다 웰에이징, 제멋에 취해 사는 힙스터, 속도에 대한 반작용인 ‘슬로족’도 눈길을 끌 것이라고 한다.

여러 트렌드 서적들이 내년을 불안하게 전망한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 위안거리를 스스로 찾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각자도생하는 분위기 속에 혼자만의 방으로 숨어들고, 약육강식이 순리라며 착하게 사는 것만이 ‘웰빙’은 아닐 것이다. 이럴수록 저항이 트렌드가 되고, 서로 어깨에 팔을 걸어주는 타인의 위로가 대세가 되는 날이 언제일지 기다려진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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