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외국 담론 수용, 이제는 구체성과 실천 따라야”

등록 2015-11-24 19:09수정 2015-11-24 19:56

진태원 교수
진태원 교수
진태원 교수, 에티카 대안연 강의 2년10개월만에 완강
24강짜리가 112강으로…내달부터 마무리 강의 8차례
진태원(49)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인문한국(HK) 연구교수가 최근 일반인 대상의 ‘마라톤 인문학 강좌’ 하나를 끝냈다. 전공자들도 제대로 읽어내기 어렵다는 스피노자의 <에티카>(윤리학)를, 2년10개월에 걸친 대장정으로 ‘완강’한 것이다.

시민강좌 기관이자 공부모임인 대안연구공동체(대안연)에서 2013년 3월6일 시작한 이 강의는 애초 24강으로 기획했지만 112강까지 연장되었다. 3년 가까이 책 한권을 읽는 강좌는 대학 안팎을 통틀어서도 쉽게 찾기 힘들다.

“질문이 많아 연장할 수밖에 없었어요. 번역을 하며 한줄한줄 함께 읽는 방식이죠. 1980~90년대 인문사회과학서들을 많이 읽던 사람들이 지금도 꾸준히 인문학에 관심을 가집니다. 대학생들이 좀 더 인문학에 관심을 갖도록 대학들이 노력해야겠지요.”

참여자들은 평균 15명 수준으로 유지되었다. ‘학생들’은 스피노자 관련 논문을 읽고, 강의를 녹음해가며 서로 공부를 도왔다. 매주 충청도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오던 대학원생을 비롯해 의사, 사회복지사, 일반 직장인들도 있었다.

김종락 대안연구공동체 대표는 “이렇게 오랜 기간 학생 수가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 독보적인 ‘강의력’ 덕분이었다. 수강생들의 열정도 대단했다”고 말했다.

물론, 17세기 저서인 <에티카>자체가 지닌 매력도 무시 못할 요인일 것이다. 스피노자는 데카르트, 라이프니츠와 함께 근대 합리론을 대표하는 서구 철학자이다. 대중에게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한 사상가로, 정치적으로는 마르크스와 견줄 만한 ‘해방의 철학자’로 알려졌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적 세계관을 극복하려 했고, 정신뿐 아니라 감정, 욕망에도 눈길을 줘 현대 철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에티카>는 서양철학사에서도 대단히 보기 힘든 수작입니다. 철학의 거의 모든 장르가 들어 있지요. 현대 철학의 쟁점이 되는 존재론, 인식론, 윤리학의 핵심 문제를 다뤄 철학 하는 이들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책입니다.”

진 교수는 스피노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동안 인문학에 빠져든 독자들과 국내 서양철학 연구자들 사이에서 깊은 인상을 남겨왔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서양철학서 번역 오류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철학 사상의 국내 수용에 대해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등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헤겔 또는 스피노자>(마슈레) <스피노자와 정치>(발리바르) <마르크스의 유령들>(데리다) <쟁론>(리오타르) 등을 번역했고 랑시에르의 <불화>도 곧 번역 출간할 예정이다.

“그동안 외국 담론의 국내 수용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점이 많습니다. 그때그때 유행하는 국적 불명의 급진적 담론만 얘기하고 그치는 것을 넘어, 생활에서 정치적 부담이나 고민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세월호 계기로 이제 좀 더 구체적인 담론과 실천이 나와야 할 때입니다.”

최근 그는 ‘을의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는 등 외국의 포스트담론·정치이론을 한국 사회의 정치적 현실과 연결시키는 것을 고심해왔다. “‘갑을’ 문제는 대중들이 스스로 문제틀을 만들어 저항하려는 것일 수 있기에 거기서 출발하고자 합니다.”

대안연과 진 교수는 <에티카>를 총정리하는 마무리 강좌를 마련했다. 다음달 2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7시30분부터 총 8차례에 걸쳐 대안연에서 진행한다. (cafe.naver.com/paideia21)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