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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진정한 자급자족의 삶을 꿈꾸다

등록 2015-12-03 20:41

잠깐독서
그림자 노동
이반 일리치 지음, 노승영 옮김
사월의책·1만5000원

전문가들의 사회
이반 일리치 외 지음, 신수열 옮김
사월의책·1만3000원

<더 타임스>는 “20세기 후반 가장 급진적인 사상가”라고 그를 평했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제 사상을 몸으로 살았기 때문에 더 존경스럽다”고 말한 이반 일리치(1926~2002년)다. 신부로 봉직하다 69년 환속한 뒤 강의와 저술 활동을 통해 성장주의에 빠진 현대 문명에 근본적 비판을 가했다. 모두 9권인 그의 전집 1차분 두 권이 이번에 나왔다.

두 책 모두 좌우를 막론한 기존의 주요 담론을 뿌리째 뒤집으려 시도한다. <그림자 노동>은 임금노동의 보완물로 기능하는 가려진 노동을 조명한다. 대부분의 가사노동과 직장 통근같이 임금노동에 참여하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돈은 받지 않는 무급 노동을 뜻한다. 벼락치기 시험공부나, 의사의 지시 따르기 등도 포함된다고 한다. 일리치는 상품경제의 강요와 여성을 집안에 가두는 성 역할의 구분이 임금노동과 그림자 노동의 분리를 불러왔다고 본다. 마르크스주의와 여성주의가 도달한 분석점과 비슷한데, 일리치의 급진성은 여기서도 한 발 더 나간다는 데 있다. 그는 그림자 노동을 ‘사회적 재생산’과 뒤섞는다며 마르크스주의를, 그림자 노동이 무보수라는 점을 지적하는 데만 머물고 있다며 여성주의를 비판한다.

그가 그리는 대안은 애초 남녀 구분 없이 이뤄졌던 무보수의 자기충족적 생산활동인 ‘자급자족 노동’의 복원이다. 그림자 노동에 대가를 부여하는 식의 절충에 그칠 경우, ‘봉사’와 ‘돌봄’ 같은 그림자 노동까지 ‘서비스 상품’으로 변질시켜 이윤 창출의 신천지로 삼으려는 자본의 욕망에 이용될 뿐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의 사회>는 보육과 의료 등이 상품경제로 포섭되는 과정에서 대중들이 전문가와 자본주의의 노예로 전락하는 과정으로 논의를 확대한다. 아나키즘과 생태주의가 결합한 그의 주장이 비판을 넘어 복잡한 현대 사회의 유효한 대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두권만으로는 아직 미지수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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