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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폭력 사회에 왜 달콤한 언어가 번성하는가

등록 2015-12-03 20:52

잠깐독서
감각의 제국
문강형준 지음/북노마드·1만2800원

문화평론가인 지은이가 2012년 2월부터 최근까지 <한겨레>에 연재한 칼럼 ‘크리틱’ 64편을 모았다. 200자 원고지 8.5장 남짓한 짧은 글 속에 담긴 한국 사회에 관한 통찰은 날카롭다.

평론집의 제목으로 뽑힌 ‘감각의 제국’에서, 지은이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대표되는 청년들의 현실과 그들을 향한 위로를 보며 “가장 거친 폭력들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가장 부드럽고 달콤한 언어들이 번성한다. 사회의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청춘들을 내면의 고민과 아픔이라는 심리적 틀 속에 묶어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남성 중심적이고 상하 위계적인 한국 사회의 추악한 본질을 내면화”한 아저씨와, 영화 <사도>를 언급하며 “뒤주에 갇혀 죽는 아들을 보며 우는 아버지에게 감동할 게 아니라, 그런 강력한 아저씨의 문화를 뒤엎을 문화적 반란이 절실하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크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쿡방’ 열풍을 두고 한 일갈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얼얼한 기분이 든다. “신자유주의적 노동사회를 무너지지 않게 지지하는 대중문화가 ‘식욕’이라는 가장 일차원적 감각의 영역마저 판타지로 장악했음을 의미한다. 쿡방을 보면서 배달 앱을 누르는 역설, 이것은 ‘요리’로 표상되는 일상의 실천이 이제는 미디어 재현과 상품의 세계에 의해 지배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세월호 참사 이후 보인 뒤늦은 눈물과 출국, 외국 순방에서 한 외국어 연설 등 박근혜 대통령을 매개로 한 한국 사회의 병리 현상 진단은 묵직하다. 부모 성을 같이 쓰는 이답게 여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균형감 있어, 개그맨 장동민의 여성혐오 발언에 “그런 농담은 여성의 생명을 담보로 한다”고 지적할 땐 속이 후련해진다.

이 밖에도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사회관계망서비스, 각종 칼럼은 물론 정치·문화·사회적 현상을 넘나들며 비평한 글 모음인지라, 지난 3년 동안 있었던 다양한 사회적 사건·사고와 논쟁 등을 한눈에 되짚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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