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질풍의 청소년기 ‘한국’

등록 2015-12-10 20:11

잠깐독서
어쩌다 한국인
허태균 지음/중앙북스·1만6000원

개인은 사회문화적 개인이다. 그럼에도 시중의 심리학 책은 사생활 진단과 처방에 치우쳐 있다.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의 <어쩌다 한국인>은 한국인의 심리를 한국의 역사와 문화로 분석하고, 이렇게 추출한 심리적 특성으로 오늘날 한국 문화를 재조직한다.

지은이는 한국의 “발달과정을 심리학적 관점을 통해 한 인간의 발달과정으로 이해”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은 사춘기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은 “정신세계에 직격탄”이었다. 그간 한국인의 심리와 행동을 지배하던 가치들을 유전자 삼아 “한국인의 심리는 그때 다시 탄생되었다”. 성장에 성장. 새 생명같이 폭풍처럼 커나간 한국은 질풍의 청소년기를 맞았다. 심리학에서 보는 이 시기는 “정체감 대 역할 혼미”의 시즌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고, 이런 혼란의 시간을 경험함으로 자아정체감을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오늘날 한국의 혼란과 갈등은 “어찌 보면 그리 잘못된 것이 아니다.”

사춘기 한국의 특징을 지은이는 6가지로 나눈다. 첫째, 주체성. 무시당하고는 못 참는 성미다. 둘째, 가족확장성. 국가, 회사, 학교에 가족 수준의 책임을 적용한다. 셋째, 관계주의. 집단 전체가 아니라 ‘바로 옆 사람’과의 관계에 휘둘린다. 넷째, 심정중심주의. 행동보다 저의를 중시한다. 다섯째, 복합유연성. ‘몇 다리 건너면 다 안다’는 경향이 선택과 포기를 잘 못하게 해 욕심을 부른다. 여섯째, 불확실성 회피. 보이지 않는 가치는 무시하는 편이다. 대입해보면 맞아떨어진다. 무시 안 받고 잘살아보겠다는 목표로, 온 국민이 가족처럼 뭉쳐야 산다는 작심으로, 뭘 선택하고 뭘 포기해도 되는지는 무신경하게, 눈에 보이는 물질만 가치인 양.

이 ‘발랄한 지옥’을 지나 ‘지루한 천국’인 선진국으로 자랄 수 있을까. 지은이는 “물질적 성공 이외의 의미를 스스로 찾는” 소위 선진국 대부분 시민의 삶은 막상 “싫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한국을 걱정한다. “미래가 사춘기에 종속돼 있”어 더더욱.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