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어쩌다 한국인
허태균 지음/중앙북스·1만6000원 개인은 사회문화적 개인이다. 그럼에도 시중의 심리학 책은 사생활 진단과 처방에 치우쳐 있다.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의 <어쩌다 한국인>은 한국인의 심리를 한국의 역사와 문화로 분석하고, 이렇게 추출한 심리적 특성으로 오늘날 한국 문화를 재조직한다. 지은이는 한국의 “발달과정을 심리학적 관점을 통해 한 인간의 발달과정으로 이해”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은 사춘기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은 “정신세계에 직격탄”이었다. 그간 한국인의 심리와 행동을 지배하던 가치들을 유전자 삼아 “한국인의 심리는 그때 다시 탄생되었다”. 성장에 성장. 새 생명같이 폭풍처럼 커나간 한국은 질풍의 청소년기를 맞았다. 심리학에서 보는 이 시기는 “정체감 대 역할 혼미”의 시즌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고, 이런 혼란의 시간을 경험함으로 자아정체감을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오늘날 한국의 혼란과 갈등은 “어찌 보면 그리 잘못된 것이 아니다.” 사춘기 한국의 특징을 지은이는 6가지로 나눈다. 첫째, 주체성. 무시당하고는 못 참는 성미다. 둘째, 가족확장성. 국가, 회사, 학교에 가족 수준의 책임을 적용한다. 셋째, 관계주의. 집단 전체가 아니라 ‘바로 옆 사람’과의 관계에 휘둘린다. 넷째, 심정중심주의. 행동보다 저의를 중시한다. 다섯째, 복합유연성. ‘몇 다리 건너면 다 안다’는 경향이 선택과 포기를 잘 못하게 해 욕심을 부른다. 여섯째, 불확실성 회피. 보이지 않는 가치는 무시하는 편이다. 대입해보면 맞아떨어진다. 무시 안 받고 잘살아보겠다는 목표로, 온 국민이 가족처럼 뭉쳐야 산다는 작심으로, 뭘 선택하고 뭘 포기해도 되는지는 무신경하게, 눈에 보이는 물질만 가치인 양. 이 ‘발랄한 지옥’을 지나 ‘지루한 천국’인 선진국으로 자랄 수 있을까. 지은이는 “물질적 성공 이외의 의미를 스스로 찾는” 소위 선진국 대부분 시민의 삶은 막상 “싫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한국을 걱정한다. “미래가 사춘기에 종속돼 있”어 더더욱.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허태균 지음/중앙북스·1만6000원 개인은 사회문화적 개인이다. 그럼에도 시중의 심리학 책은 사생활 진단과 처방에 치우쳐 있다.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의 <어쩌다 한국인>은 한국인의 심리를 한국의 역사와 문화로 분석하고, 이렇게 추출한 심리적 특성으로 오늘날 한국 문화를 재조직한다. 지은이는 한국의 “발달과정을 심리학적 관점을 통해 한 인간의 발달과정으로 이해”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은 사춘기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은 “정신세계에 직격탄”이었다. 그간 한국인의 심리와 행동을 지배하던 가치들을 유전자 삼아 “한국인의 심리는 그때 다시 탄생되었다”. 성장에 성장. 새 생명같이 폭풍처럼 커나간 한국은 질풍의 청소년기를 맞았다. 심리학에서 보는 이 시기는 “정체감 대 역할 혼미”의 시즌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고, 이런 혼란의 시간을 경험함으로 자아정체감을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오늘날 한국의 혼란과 갈등은 “어찌 보면 그리 잘못된 것이 아니다.” 사춘기 한국의 특징을 지은이는 6가지로 나눈다. 첫째, 주체성. 무시당하고는 못 참는 성미다. 둘째, 가족확장성. 국가, 회사, 학교에 가족 수준의 책임을 적용한다. 셋째, 관계주의. 집단 전체가 아니라 ‘바로 옆 사람’과의 관계에 휘둘린다. 넷째, 심정중심주의. 행동보다 저의를 중시한다. 다섯째, 복합유연성. ‘몇 다리 건너면 다 안다’는 경향이 선택과 포기를 잘 못하게 해 욕심을 부른다. 여섯째, 불확실성 회피. 보이지 않는 가치는 무시하는 편이다. 대입해보면 맞아떨어진다. 무시 안 받고 잘살아보겠다는 목표로, 온 국민이 가족처럼 뭉쳐야 산다는 작심으로, 뭘 선택하고 뭘 포기해도 되는지는 무신경하게, 눈에 보이는 물질만 가치인 양. 이 ‘발랄한 지옥’을 지나 ‘지루한 천국’인 선진국으로 자랄 수 있을까. 지은이는 “물질적 성공 이외의 의미를 스스로 찾는” 소위 선진국 대부분 시민의 삶은 막상 “싫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한국을 걱정한다. “미래가 사춘기에 종속돼 있”어 더더욱.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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