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순원 작가의 ‘크리스마스 선물’ 등
사랑과 배려 가득한 책 5권 와르르
사랑과 배려 가득한 책 5권 와르르
이웃과 나누고 사랑을 베푸는 성탄절의 의미를 알리는 그림책들이 산타 할아버지의 썰매를 타고 동심을 찾아왔다. 이순원 작가가 건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까, 200년 전 미국 작가 오 헨리가 건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까? 볼로냐 수상작가, 안데르센 수상 작가들의 그림이 따스한 책 선물을 받을까?
■ 낮은 곳에 사랑을
<크리스마스 선물>(북극곰)은 ‘지금 여기’의 현실을 크리스마스 판타지로 위로하는 이순원 작가의 네 번째 그림책이다. 아빠는 빌딩을 지키느라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도 밤샘 근무를 해야 한다. 어쩌면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일 수 있는 우리 시대의 아빠다. 산타가 한번도 찾아온 적 없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니, 은지와 함께하지 못하는 아빠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그런데 은지가 밤에도 일하는 아빠를 응원하러 회사 앞으로 오겠단다.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아빠, 빌딩 맞은편 거리에 선 은지와 엄마에게 어떤 깜짝 선물이 배달될까? 노랑과 빨강, 초록 삼원색의 경쾌한 그림이 회색의 무거운 현실을 포근하게 감싼다. 선물을 준비하는 산타 펭귄과 루돌프의 동선을 따라가는 것도 그림책의 잔재미다.
찰스 디킨스가 그렸던 구두쇠 스크루지의 현대판인 <별이 빛나는 크리스마스>(소피 드 뮐렌하임 글/씨드북)는 서로 나누고 사랑하라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맞은편 집에 살며 서로 훔쳐보기만 하는 인색한 ‘투덜이’ 꺽다리 아저씨와 뚱뚱보 아저씨. 성탄절 밤, 집에 찾아든 작은 천사 아이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한다. 착한 행동의 시작은 경쟁심 때문이었지만 마음을 열 때마다 밤하늘의 별이 반짝이는 일이 벌어진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가인 에릭 퓌바레의 기품 있는 그림이 이야기를 탄탄하게 이끈다.
■ 올해도 찾아온 명작
머리카락을 팔아 남편의 시곗줄을 사고 시계를 팔아 아내의 긴머리 장신구를 선물한 오 헨리 단편의 <크리스마스 선물>(어린이작가정신)이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세 차례나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소냐 다노프스키의 그림으로 재탄생했다. 명화 12장만으로도 이야기가 그려진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파랑새)은 성 니콜라스라는 할아버지가 순록 썰매를 타고 굴뚝을 타고 내려와 선물을 놓고 간다는, ‘크리스마스 고전’을 안데르센상 수상작가인 로버트 잉펜의 섬세한 필치로 되살렸다. 19세기 미국 작가 클레멘트 C. 무어가 1822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아홉 자녀에게 처음 들려준 이야기가 전세계로 전파됐다고 한다.
이밖에 <산타의 선물을 지키는 법>(내인생의책)은 그린피스 활동가 캐서린 바가 ‘산타가 북극에 산다’는 상상으로 펼치는 환경 이야기다. 지구촌 어린이들이 북극 탐사개발에 맞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하러 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글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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