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베이터
: 창의적인 삶으로 나아간
천재들의 비밀
월터 아이작슨 지음, 정영목·신지영 옮김
오픈하우스·2만5000원 뛰어난 혁신가들의 생애와 업적을 통해 본 ‘컴퓨터의 역사’다. 23년간 <타임> 편집장을 지내고 <씨엔엔>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으며 <스티브 잡스>를 써 유명해진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10여년에 걸쳐 준비한 ‘야심작’이다. <이노베이터>는 1843년 컴퓨터의 본질을 처음으로 밝힌 에이다 러브레이스 백작부인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의 딸인 그는 아버지의 시적 정신과 어머니의 수학적 자질을 계승했다. 지은이는 러브레이스가 ‘시적 과학’이라는 개념을 선보이며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경이로운 결합이 컴퓨터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러브레이스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기원이라는 찰스 배비지의 ‘해석기관’ 연산이 수학과 수로 제한될 필요가 없다며 음악, 텍스트, 그림, 소리, 영상도 디지털 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했다. 기계가 아름답고 정확한 음악까지 작곡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공식화한 것이다. 100년 뒤인 1931년, 배니버 부시는 세계 최초로 아날로그 전기기계식 컴퓨터를 만들었다. 존 모클리와 프레스퍼 에커트는 1945년 최초의 범용 전자식 컴퓨터(ENIAC)를 선보였다. 또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 인텔의 로버트 노이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 등 ‘디지털 주역들’ 수십명이 700쪽 가까운 책에 차례차례 등장한다. 지은이는 이런 혁신가들의 작은 전기를 각각 쓰고 이를 그물처럼 엮어 교훈을 건져올린다. 첫째, 인간과 컴퓨터의 공생이다. 1818년 <프랑켄슈타인>이 출간된 뒤 줄곧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은 인공 지능은 컴퓨터만의 성배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인간과 컴퓨터가 협업했을 때 아름답고 높은 경지의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얘기다. 디지털 시대의 가장 큰 교훈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기계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두번째, 창조성은 ‘인간 사이의 협업’에서 나온다는 교훈이다. 벨 연구소는 실험과학자와 이론가가 작업공간을 공유하며 종일 묻고 답했기에 최초의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었다. 마리사 마이어 야후! 최고경영자는 가장 먼저 재택 근무 관행을 중단시켰다. “사람들은 함께 있을 때 더 협업적이고 혁신적이 된다.” 개발자 혼자 만든 혁신적 기계는 돌아가지 않았고, 협업 없는 회사는 실패했다. 그리고 융합이다. 지은이는 책 말미에서 ‘시적 과학’을 강조한 에이다의 ‘영적 상속자’들이 디지털 혁명을 일으켰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운다. 디지털 기술 혁신은 1960년대 히피 문화와 해커 문화의 융합에 크게 빚졌다. 책 자체가 인문학과 과학의 융합이다. 사람과 기술의 유기적인 연결이 아름답게 재현되고, 결론을 향해 달려가는 시각도 선명하다. 지은이는 물론이고 옮긴이들 또한 이런 점을 떠올리며 ‘디지털 협업’으로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 창의적인 삶으로 나아간
천재들의 비밀
월터 아이작슨 지음, 정영목·신지영 옮김
오픈하우스·2만5000원 뛰어난 혁신가들의 생애와 업적을 통해 본 ‘컴퓨터의 역사’다. 23년간 <타임> 편집장을 지내고 <씨엔엔>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으며 <스티브 잡스>를 써 유명해진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10여년에 걸쳐 준비한 ‘야심작’이다. <이노베이터>는 1843년 컴퓨터의 본질을 처음으로 밝힌 에이다 러브레이스 백작부인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의 딸인 그는 아버지의 시적 정신과 어머니의 수학적 자질을 계승했다. 지은이는 러브레이스가 ‘시적 과학’이라는 개념을 선보이며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경이로운 결합이 컴퓨터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러브레이스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기원이라는 찰스 배비지의 ‘해석기관’ 연산이 수학과 수로 제한될 필요가 없다며 음악, 텍스트, 그림, 소리, 영상도 디지털 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했다. 기계가 아름답고 정확한 음악까지 작곡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공식화한 것이다. 100년 뒤인 1931년, 배니버 부시는 세계 최초로 아날로그 전기기계식 컴퓨터를 만들었다. 존 모클리와 프레스퍼 에커트는 1945년 최초의 범용 전자식 컴퓨터(ENIAC)를 선보였다. 또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 인텔의 로버트 노이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 등 ‘디지털 주역들’ 수십명이 700쪽 가까운 책에 차례차례 등장한다. 지은이는 이런 혁신가들의 작은 전기를 각각 쓰고 이를 그물처럼 엮어 교훈을 건져올린다. 첫째, 인간과 컴퓨터의 공생이다. 1818년 <프랑켄슈타인>이 출간된 뒤 줄곧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은 인공 지능은 컴퓨터만의 성배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인간과 컴퓨터가 협업했을 때 아름답고 높은 경지의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얘기다. 디지털 시대의 가장 큰 교훈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기계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두번째, 창조성은 ‘인간 사이의 협업’에서 나온다는 교훈이다. 벨 연구소는 실험과학자와 이론가가 작업공간을 공유하며 종일 묻고 답했기에 최초의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었다. 마리사 마이어 야후! 최고경영자는 가장 먼저 재택 근무 관행을 중단시켰다. “사람들은 함께 있을 때 더 협업적이고 혁신적이 된다.” 개발자 혼자 만든 혁신적 기계는 돌아가지 않았고, 협업 없는 회사는 실패했다. 그리고 융합이다. 지은이는 책 말미에서 ‘시적 과학’을 강조한 에이다의 ‘영적 상속자’들이 디지털 혁명을 일으켰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운다. 디지털 기술 혁신은 1960년대 히피 문화와 해커 문화의 융합에 크게 빚졌다. 책 자체가 인문학과 과학의 융합이다. 사람과 기술의 유기적인 연결이 아름답게 재현되고, 결론을 향해 달려가는 시각도 선명하다. 지은이는 물론이고 옮긴이들 또한 이런 점을 떠올리며 ‘디지털 협업’으로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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