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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읽다보면 음악이, 책이 그립다

등록 2016-01-07 20:21

잠깐독서
장정일의 악서총람
장정일 지음/책세상·1만7800원

흑백으로만 구성된 표지가 소박하다. 두껍다. 게다가 ‘총람’(어떤 사물에 관한 것을 하나로 종합한 서적)이라니…. <장정일의 악서총람>을 집어든 단 하나의 이유는 지은이 장정일 때문이다.

책을 펴면, 일단 ‘신디 로퍼에게’가 눈에 띈다. 장정일은, 이제는 환갑을 훌쩍 넘겼지만 1980년대를 주름잡던 팝 가수를 다시 불러낸다. ‘마침내, 당신의 전기가 나왔군요’에서 “연대와 격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는 잊히지 않는 두 개의 송가를 불렀다”고 평가하면서 그의 전기 일부를 인용한다. “나는 말만 앞세우는 골빈 유명인이 되고 싶지 않았다. 기왕 입을 벌릴 거라면 행동도 뒤따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골빈 유명인은 자신을 한물가버리게 만든 마돈나 아니었을까. 장정일은 로퍼가 ‘Girls Just Want To Have Fun’ ‘True Colors’ 등 여성과 성소수자를 위한 노래를 불렀음에도 한국의 게이 커뮤니티는 마돈나만 예찬한다고 꼬집는다.

이런 방식으로 <악서총람>을 따라 여행하다 보면, 음악을 읽고 그 주인공들이 살았던 세상을 듣게 된다. 클래식·팝·재즈·록·블루스·국악·한국 대중가요 등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장르를 넘나들면서 서태지, 임방울, 레드 제플린, 모차르트, 마리아 칼라스를 만날 수 있다. 음악과 예술가들에 관한 책 174권이 116편의 에세이에 담겨 있다.

장정일은 흔한 서문 대신 후기를 남기면서 ‘음악과 사회에 대한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싶었으나 “부제를 감당할 만큼 생각이 여문 것도 아닌데다가, 그 부제 아래 한데 묶기에는 여기 실린 글들이 들쭉날쭉 고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몸을 한껏 낮췄지만, 음악, 특히 재즈 애호가인 지은이가 음악을 들은 뒤 그 음악과 예술가를 다룬 책을 읽고 때론 비판하고 때론 공감하면서 써내려간 글들은 부제를 감당하고도 남음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일단 음악이 그립고 지은이가 비평한 책 원본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악서총람>에 번호는 없다. 하지만 그가 음악과 책을 좋아하는 만큼 후속편이 이어질 것 같다. 조용필·신중현·신해철·김광석은 물론, 레이디 가가 같은 별들을 아직 다루지 않았으니까.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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