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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베이징대 중국사 교과서 ‘첫선’

등록 2016-01-14 21:19

중국사 강요 1·2
젠보짠 지음, 심규호 옮김/중앙북스·각 권 3만5000원

베이징대를 비롯해 중국의 주요 대학들이 가장 많이 채택하고 있다는 중국 통사 교과서 <중국사 강요>가 처음 우리말로 번역돼 나왔다.

모두 두 권인데, 제1권은 북경인의 유래를 다룬 구석기시대부터 당나라까지를, 제2권은 당의 몰락 이후 대륙이 사분오열됐던 오대십국 시대부터 루쉰이 활약했던 5·4 이전 신문화운동까지를 다루고 있다. 대략 1919년쯤에서 집필을 멈춘 탓에 항일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에 이르는 내전 기간 등은 들어 있지 않다.

이 책은 두말할 나위 없이 ‘마르크스주의 역사관’에 입각해 쓰였다. 봉건왕조의 교체가 아니라 농민 등 ‘기층인민’ 중심의 계급투쟁적 시각에서 기술됐다는 뜻이다. 그래서 기층인민의 간난신고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그 결과에 해당하는 농민기의에 책의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왕조 중심의 기록을 탈피하기 위해 지방지나 개인 문집에 실려 있는 내용도 과감히 반영했다. 또 총인구의 8.5%에 불과하지만 전영토의 64%를 차지하고 있는 55개 소수민족을 꾸준히 다뤄 중국이 다민족 국가라는 점도 일깨우고 있다.

이번 번역서의 저본은 2006년 베이징대학출판사에서 나온 제2차 개정판이지만, 1961년에 기획된 이 책의 이후 역사는 격동의 중국 현대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애초 이 교과서의 집필 책임은 젠보짠 베이징대 역사학과 교수가 맡았다. “과학적인 연구 자세를 견지하고, 역사에서 출발해 사실로 문제를 설명한다”는 입장을 지녔던 그는 이른바 ‘마르크스주의 신사학’의 대표자로, 같은 시기에 활동한 궈모뤄(郭沫若)보다 중국 인문학계에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년의 마오쩌둥이 일으킨 문화혁명의 광풍이 모든 것을 바꿔놨다. 영문도 모른 채 홍위병에 의해 ‘자산계급 학술권위’로 낙인 찍힌 그는 1968년 12월18일 집으로 들이닥친 심사조에게 “류사오치와 관련된 문제”를 자백하라는 추궁을 받고는 그날 밤 부인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죽음으로 대표집필자를 잃은 이 책은 1979년에야 덩광밍의 주도 하에 총 4권으로 출간됐고, 1994년 수정 재판을 거쳐 2006년 두 권짜리 제2차 개정판이 나왔다. 그 사이 억울하게 세상을 등진 젠보짠은 누명을 벗고 복권(1978년)돼 지금은 “신중국 역사학의 토대를 구축한 중요한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책이다 보니 약점이 없지 않다. ‘동북공정’의 영향을 의심할 만한 대목 때문이다. 옮긴이는 우리가 고구려 사람으로 알고 있는 대조영을 ‘속말 말갈인’의 후예로, 그가 세운 발해도 ‘발해 말갈’ 즉 말갈인의 나라로 기술한 대목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그럼에도 일관된 관점으로 자국의 오천년 역사를 기술한 대학 교양 교과서라는 점은 이 책이 지닌 여전한 미덕이다.

강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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