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돌베개 제공
깊은 사유와 성찰 담긴 저서들
신영복 교수는 명징한 자기 성찰과 깊은 사유를 담은 여러권의 저서를 남겼다. 그는 평생 “여럿이 함께”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라며 희망, 연대, 관계, 우정을 힘주어 말했다.
‘시대의 고전’이 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1988년, 햇빛출판사 첫 출간)은 옥중문학의 백미라고 일컫는 대표작이다. 옥중에서 휴지와 엽서 등에 꼭꼭 눌러 가족에게 써보낸 편지들을 묶었으며, 사면복권된 날인 1998년 8월 증보판(돌베개)이 재출간됐다. 옥중서한을 받은 친구들이 나눠가질 생각으로 소량만 찍어낸 육필원고 영인본 <엽서>(1993년 너른마당 첫 출간, 2003년 돌베개 재출간)는 희귀본으로 고가에 팔려나갔다. 국내 역사기행 에세이 <나무야 나무야>(1996년, 돌베개)를 통해서는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갑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지난해 말 개정판이 나온 <더불어 숲>(돌베개, 1998년 중앙M&B 첫 출간)은 세계사의 현장들을 두루 밟으며 펴낸 책이다. “갈등과 비극을 넘어설 수 있는 최소한의 기도”로서 진정한 용서를 통한 역사의 진보를 이루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2004년, 돌베개)을 통해 동양고전의 지혜를 길어올렸으며 <처음처럼>(2007, 랜덤하우스 코리아)이라는 서화에세이를 펴내기도 했다. ‘쇠귀체’라는 서체를 남긴 그는 이 책에서 “서도의 격조는 기교가 아니라 어리숙함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다음달 개정판이 돌베개에서 출간된다.
지난해 펴낸 마지막 책 <담론: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는 신영복식 사색과 사유를 집대성했다. 20여년 대학 강의 원고와 노트를 저본으로 삼은 이 책은 출판계 불황에도 판매부수 10만부를 웃돌았다. ‘사람이 처음이고 끝’이라는 ‘석과불식’(碩果不食)의 교훈을 다시금 일깨운 그는 마지막 강의 시간,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라는 구절을 들려주었다. “그 언약들이 언젠가는 여러분 삶의 길목에서 꽃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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