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貨泉). 사진 동북아지석묘연구소 제공
중국 신나라 때(8~23년)의 동전인 ‘화천’(貨泉)이 광주광역시의 옛 무덤에서 무더기로 쏟아져나왔다. 재단법인 동북아지석묘연구소(소장 이영문 목포대 교수)는 최근 광주시 복룡동 도로확장공사 예정터를 발굴조사한 결과 청동기 시대 주거지와 초기 철기 시대 토광묘(움무덤) 등 95기의 유적을 확인했으며, 이들 가운데 긴네모꼴의 1호 토광묘에서 50여점의 ‘화천’ 꾸러미를 찾아냈다고 18일 밝혔다.
출토된 화천 꾸러미는 짧은목항아리(단경호) 1점, 청색 유리옥 78점과 함께 발견됐다. 화천들의 지름은 대부분 2.2~2.3㎝ 정도인데, 2.6㎝로 좀더 지름이 큰 다른 종류의 화폐도 함께 섞여 있었다. 화천이 국내 옛 무덤에서 꾸러미로 출토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국내 유적에서 발견된 화천은 모두 19점이다. 연구소 쪽은 “화천은 영산강 유역과 남해안, 제주 등 한반도 서남부의 한정된 지역에서만 출토돼 당시 중국과 직접 교역했던 정치집단이 이 지역에 형성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화천은 가운데 뚫린 네모난 구멍 좌우로 화(貨)자와 천(泉)자를 새긴 것이 특징이다. 기원후 14년 처음 주조돼 기원후 40년 후한 광무제가 ‘오수전’(五銖錢)으로 화폐를 통합할 때까지 중원에서 널리 쓰였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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