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큐브릭-그로테스크의 미학
제임스 네어모어 지음, 정헌 옮김
컬처룩·2만8000원 극장 체인 ‘씨지브이’에선 2월3일까지 스탠리 큐브릭(1928~1999)의 대표작들을 순차 상영하고 있다. <시계태엽 오렌지><샤이닝>등 재개봉 영화 모두 전석 매진됐다. 3월1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는 ‘스탠리 큐브릭 전’에도 사람들이 몰린다. 숨진 지 17년째가 됐음에도, 큐브릭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그가 20편이 안 되는 자신의 영화 하나하나에 불어넣은 독창성과 탁월함의 흔적들이 여전히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큐브릭-그로테스크의 미학>은 영화사를 넘어 현대 대중문화사 전반에 강렬하게 자신의 인장을 새겨온 거장의 생애와 작품을 심층 분석한다. 미국 인디애나대학의 커뮤니케이션·문화학부 명예교수인 지은이는 큐브릭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스타일을 ‘그로테스크 미학’으로 규정한다. 큐브릭은 평생 합리성과 무의식의 그림자 간 갈등과 투쟁에 끌렸다고 한다. 동시에 이런 주제를 희화화와 블랙 코미디 형식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에게 기괴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경험하게 만든다.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주인공 알렉스는 커다란 세라믹 페니스로 캣 레이디의 머리를 내리친다. 이런 충격적이고도 웃기는 장면들의 연쇄가 큐브릭 작품들의 강렬한 인상을 빚어낸다는 분석이다. 영화 사상 가장 유명한 신으로 꼽히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첫 장면(유인원이 던진 뼈다귀가 우주선으로 바뀌는 매치 컷)에 원래 내레이션이 붙을 예정이었으나 개봉 직전 삭제됐다는 등의 뒷얘기들도 풍성하다. 전쟁 못지않게 섹스 라이프에도 큰 분량을 할애했던 <나폴레옹>시나리오 등 미완의 프로젝트들에 대한 소개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할리우드의 상업적 시스템에 길들지 않으면서도 예술적 성취와 흥행의 이중주를 빚어내기까지 그의 분투와 전략에 대한 묘사가 눈길을 잡는다. 관객 2억명 시대를 맞은 한국 영화계가 관심 갖고 돌아볼 지점일 터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제임스 네어모어 지음, 정헌 옮김
컬처룩·2만8000원 극장 체인 ‘씨지브이’에선 2월3일까지 스탠리 큐브릭(1928~1999)의 대표작들을 순차 상영하고 있다. <시계태엽 오렌지><샤이닝>등 재개봉 영화 모두 전석 매진됐다. 3월1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는 ‘스탠리 큐브릭 전’에도 사람들이 몰린다. 숨진 지 17년째가 됐음에도, 큐브릭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그가 20편이 안 되는 자신의 영화 하나하나에 불어넣은 독창성과 탁월함의 흔적들이 여전히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큐브릭-그로테스크의 미학>은 영화사를 넘어 현대 대중문화사 전반에 강렬하게 자신의 인장을 새겨온 거장의 생애와 작품을 심층 분석한다. 미국 인디애나대학의 커뮤니케이션·문화학부 명예교수인 지은이는 큐브릭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스타일을 ‘그로테스크 미학’으로 규정한다. 큐브릭은 평생 합리성과 무의식의 그림자 간 갈등과 투쟁에 끌렸다고 한다. 동시에 이런 주제를 희화화와 블랙 코미디 형식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에게 기괴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경험하게 만든다.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주인공 알렉스는 커다란 세라믹 페니스로 캣 레이디의 머리를 내리친다. 이런 충격적이고도 웃기는 장면들의 연쇄가 큐브릭 작품들의 강렬한 인상을 빚어낸다는 분석이다. 영화 사상 가장 유명한 신으로 꼽히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첫 장면(유인원이 던진 뼈다귀가 우주선으로 바뀌는 매치 컷)에 원래 내레이션이 붙을 예정이었으나 개봉 직전 삭제됐다는 등의 뒷얘기들도 풍성하다. 전쟁 못지않게 섹스 라이프에도 큰 분량을 할애했던 <나폴레옹>시나리오 등 미완의 프로젝트들에 대한 소개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할리우드의 상업적 시스템에 길들지 않으면서도 예술적 성취와 흥행의 이중주를 빚어내기까지 그의 분투와 전략에 대한 묘사가 눈길을 잡는다. 관객 2억명 시대를 맞은 한국 영화계가 관심 갖고 돌아볼 지점일 터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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