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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정신의학의 결정적 순간

등록 2016-01-21 19:51

잠깐독서
정신의학의 탄생
하지현 지음/해냄·1만9800원

성격은 타고난 기질일까, 아니면 어린 시절 경험한 양육 환경에 따른 것일까? 성격 형성의 기원을 두고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 두 가지 주장이 전부라고 여겼다. 과연 그럴까? 1848년 철도건설회사에서 일하던 미국 청년 피니어스 게이지는 작업을 하다 쇠막대가 머리를 관통하는 큰 사고를 당했다. 모두들 그가 죽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게이지는 쇠막대를 뽑아내는 등 치료를 받아 넉달 만에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성실하고 온유했던 게이지가 화를 참지 못하고 판단력도 떨어지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이 사고는, 전두엽이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정신의학계에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계기가 됐다.

만병의 근원으로 꼽히는 스트레스는 어떨까? 스트레스가 몸과 마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채 100년도 되지 않았는데, 이는 캐나다 의사인 한스 셀리에의 ‘저주받은 손재주’ 덕분이었다. 그는 유난히 손재주가 없어 실험용 쥐에게 주사를 놓는 데 미숙했고, 이 때문에 번번이 난소 추출물을 주입한 쥐와 식염수를 주입한 쥐의 차이를 발견하는 실험에 실패했다. 두 집단 모두 위궤양, 림프샘 위축 등 같은 증상을 보인 것이다. 셀리에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쥐가 자신의 손을 피해 도망가는 등 힘든 경험에 반응을 했다는 가설을 세운 뒤 쥐에게 ‘극한 상황’을 경험하게 하는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그는 스트레스에 개체가 적응하는 ‘경보-저항-소진’의 세 과정을 확립할 수 있었다.

지은이는 이렇게 현대 정신의학 발전의 전환점이 된 결정적인 42개의 이야기를 통해, 여전히 ‘비정상’ 또는 ‘미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인식이 큰 정신의학과 정신질환에 관한 이해를 돕는다. “광기와 정신질환의 역사가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해석으로부터 시작되어 이러한 문화적·역사적 맥락을 가지고 있음을 이해하면, 정신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다.” 낯선 의학용어가 자주 등장하지만, 1년6개월 동안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네이버캐스트에 연재한 글인 만큼 책장은 술술 넘어간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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