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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동성애 반대의 뿌리 ‘혐오’

등록 2016-01-21 20:02

잠깐독서
혐오에서 인류애로
: 성적 지향과 헌법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강동혁 옮김
게이법조회 해제/뿌리와이파리·1만8000원

왜 동성결혼에 반대하는가? 왜 국가가 결혼과 개인의 성적 행위에 개입해야 하는가? 왜 동성애자들의 성적 행위를 불법으로 낙인찍는가?

<혐오에서 인류애로>(2010)에서 미국의 법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처음부터 ‘혐오’ 문제의 핵심으로 직행한다. 전작 <시적 정의>(1995) <혐오와 수치심>(2004)으로 법과 감정의 문제를 에둘러 설명했던 그가 이 책에서는 과녁을 정조준하기로 작심한 듯하다. “‘혐오의 정치’는 사회가 모든 시민의 평등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추상적 이념과 근본적으로 충돌한다.”

혐오 중에서도 투사적 혐오가 문제다. 배설물, 벌레 같은 원초적 대상의 혐오가 이성적 검토 없이 다른 대상으로 확장된 것이 ‘투사적 혐오’다. 투사적 혐오는 역겨운 속성을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전가한다. “투사적 혐오는 망상을 먹고 자라며 예속을 만들어낸다.” ‘여성 혐오’ 또한 비슷하다. ‘순수한 자신’과 ‘더러운 타자’를 구분하려는 것이다.

혐오 감정은 법정에서도 중요 근거로 인정받았다. 미국 가족연구소 창립자 폴 캐머런은 성적으로 방종한 게이가 외국의 오염물질을 미국으로 들여온다고 주장했다. 그의 연구는 어떤 과학적인 검증도 받지 못했지만 동성애를 ‘보건상의 위협’으로 만들었고, 법정에서도 자주 인용되었다고 한다.

지은이가 제안하는 것은 ‘인류애의 정치’다. 여기엔 ‘평등한 동료 시민들’이 추구하는 이익이 무엇인지 상상하는 태도와 “무언가 사랑에 가까운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상상력은 중요하다. 타인의 삶에 감정적으로 참여하는 능력을 증진시키기 때문이다.

누스바움의 촌철 같은 주장이 잘 드러나는 데다 쉽게 읽혀 대중서로도 손색없다. ‘혐오 정치’의 주장들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따져가며 해치우고 들어갈 때, 서늘하면서 화끈하다. 한국 상황에 대한 여러 논문들을 읽은 뒤 썼다는 한국어판 서문도 뜨끔하다. 법조계와 법학전문대학원에 있는 게이들의 단체인 ‘게이법조회’가 해제를 썼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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