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은 ‘노래하는 철학자’였다. 독서광이었던 그는 니체의 ‘초인’ 이야기에 빗대 자신의 노래철학을 얘기하기도 했다. 임종진 제공
영원한 가객 김광석 20주기
철학책 2권 동시에 출간
노래로 읽는 ‘사색 콘서트’
철학책 2권 동시에 출간
노래로 읽는 ‘사색 콘서트’
김용석 지음/천년의 상상·1만6000원 김광석과 철학하기
김광식 지음/김영사·1만3800원 그가 어디론가 떠난 지 이달로 꼭 20년이다. 시대의 아픔 또는 흔한 사랑의 속물성을 읊조리는 듯하다가도 어느새 실존의 부조리와 삶의 비극적 모순으로 고통스럽게 넘어가는 김광석의 노래에는 ‘전부’를 투신해본 자만의 서늘함과 온전함이 서려 있었다. 가객 김광석의 노래가 철학서로 되살아났다. <김광석 우리 삶의 노래: 철학자 김용석의 ‘김광석과 함께 철학하기’>(김용석) <김광석과 철학하기: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12가지 행복 철학>(김광식)이다. 이름마저 김광석과 비슷한 두 철학자들이 각각 쓴 이 책들은 공통적으로 그의 노래에서 ‘철학’을 발굴한다. 방향은 조금 다르다. <김광석 우리 삶의 노래>가 김광석의 생애와 노래 자체에 담긴 치열한 철학적 사색에 초점을 맞춘다면, <김광석과 철학하기>는 그의 노래를 열쇠 삼아 철학이란 깊은 학문 자체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 젖힌다. <김광석과 철학하기>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란 가사에서 마르틴 하이데거와 죽음의 철학을 얘기하고, “그대를 사랑했지만 (…) 떠날 수밖에”라는 노래를 통해 ‘철저한 회의주의자’ 데이비드 흄을 떠올린다. ‘타는 목마름’에서는 “혁명에서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뿐이요, 얻을 것은 세계 전체”라고 말한 카를 마르크스를 소환했다. 가객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어느 철학자가 그랬죠. 인간은 동물에서 초인으로 가는 중간 존재라고요. 우리는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창살의 동물원에 갇혀 창살 밖의 자유로운 세상을 동경하며 살아가는 것 같아요.” 지은이 김광식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이런 김광석을 “니체의 초인으로 자신의 노래 철학을 이야기하는” “노래하는 철학자”였다고 말한다. <김광석 우리 삶의 노래>의 지은이 김용석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그의 ‘목소리’ 자장 안에서 이 책을 썼다. 이를테면 “내가 그대를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줘”라고 혼신의 힘을 다해 절규하는 이 노래. “사랑 노래이지만 동시에 구도의 노래”다. 김광석이 다른 세상으로 떠나기 전날 녹음했다는 ‘부치지 않은 편지’는 “비극적인 품위”를 담고 있다. 정호승의 시가 지닌 격조와 “모순을 감내하는” 김광석의 목소리가 만난 노래는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고 끝을 맺는다. ‘포효하지 않는 울분’을 담은 목소리는 곧 “인고의 심연으로 응집되는 소리”이며 시의 비극적 우아함을 만나 우리 삶에 내재한 모순적 공존의 구조를 들려준다는 것이다. 김광석 자신은 감상적인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슬픈 노래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며 짐짓 무심한 척 ‘그날들’을 시작하던 김광석은 노래 끄트머리에 이르러 보란듯이 “핏덩이로 응축해” 소리를 냈다. 김용석 교수는 이 최고의 절창에 대해 “‘그대’를 지상에서 천상까지 밀고 간다”고 표현한다. “사랑 이야기가 종교적 숭고를 획득하는 순간이다. 애상곡이 진혼곡이 되는 순간이다.” 흔해빠진 사랑 타령을 우주의 소리로 만든다는 것이다. “사랑 노래를 피울음으로 부르는 혁명성”에 그의 예술이 가져온 미적 혁명이 있다고 지은이는 밝혔다. 세상을 떠나기 7시간 전인 1995년 1월5일, 그가 한 방송사의 무대에 올라 불렀던 노래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었다. 이 노래에 대해 김광식 교수는 “공허한 사랑과 삶을 그만두고 아플 만큼 절절하게 사랑하며 살라는 준엄한 경고”라고 말했다. 김용석 교수는 “사랑의 진실에 가장 가까운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은 사랑을 발견하며 비극의 심연을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분명한 건, 김광석의 노래가 불멸의 화두를 던지며 앞으로도 끝없이 변화하리라는 것이다. 김광석은 평소 ‘변화’를 열렬히 꿈꾸는 한편, 변하지 않을 불씨 또한 간직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 두가지가 서로 기대며 발전할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었다.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 김광석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끝까지 스스로를 밀어붙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변화와 불변 사이, 생의 시계를 멈춤 없이 초월하려던 그에게 고통과 모순 그리고 철학은 오랜 친구였을 것이다. “철학은 무익하나 지배적인 앎”이라고 했던 하이데거의 말은 김광석에게도 예외가 아니었고, 그의 노래를 듣는 모두에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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