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무오류 신화’ 걷어낸 ‘마르크스’ 입문서

등록 2016-01-21 20:35

새로운 자본 읽기
미하엘 하인리히 지음, 김강기명 옮김
꾸리에·2만2000원

칼 마르크스의 주저 <자본>을 새롭게 읽어보자고 권하는 또 한권의 책이 나왔다. 오래 전 새로 읽기를 제창했던 루이 알튀세르와는 사뭇 다른 각도에서 쓰여진 이 책은 논쟁을 불러일으킬 도발적인 내용들로 가득하다.

가령 처음 투하된 자본에 잉여가치를 더해주는, 그래서 자본가 계급을 살찌운다는 ‘착취’는 <자본>뿐 아니라 마르크시즘 전체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착취라는 단어만 듣고도 분노하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제법 있지만, 애초 이 말은 낮은 임금이나 열악한 노동조건 같은 것을 가리키는 도덕적인 성격의 것이 아니라, 생산자가 자신이 창출한 가치의 일부만을 받고 있는 현실을 적시하는 건조한 용어였을 뿐이다.

착취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지불노동’과 ‘불불노동’을 두고도 마르크스가 노동자들이 일한 전체 노동시간만큼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동력을 판 노동자는 정확히 자신의 상품가치만큼을 ‘상품교환의 법칙’에 따라 받게 된다. ‘착취’와 ‘불불노동’은 상품교환의 법칙을 ‘위반’하지 않고 ‘준수’한 결과다. 그래서 착취는 자본주의 내부의 교환관계를 개혁하는 정도로는 없앨 수가 없다.

<새로운 자본 읽기>에서 저자는 같은 방식으로 <자본>의 기본 개념들인 상품, 화폐, 경제학, 임금, 이자, 이윤의 경향적 저하와 자본주의 붕괴론, 완전고용, 민주주의 등을 차례로 설명한 뒤 오류와 오독의 지점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예컨대 완전고용은 자본주의에서는 무망하고, 실현된다 해도 일시적이며, 인구 대다수에게 좋은 삶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완전고용은 다시 자본축적의 둔화와 기계화를 촉진해 산업예비군을 사라질 수 없도록 만들고, 산업예비군은 다시 자본축적을 돕게 된다. 그런데도 자본에게 완전고용을 촉구하는 것은 쓸데 없는 노릇이다.

독일 베를린의 기술경제대학(FHTW) 교수이면서 <마르크스-엥겔스 신전집>(MEGA)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한 저자는 일부가 ‘경전’처럼 떠받드는 <자본>이 정작 노동자계급이 읽기에는 너무 어렵고, 일관성과 통일성도 놓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요컨대 <자본>에 들씌워진 ‘무오류의 신화’를 벗겨내고, 자본주의 전체 구조를 읽어내는 비판서로 재구성·재독해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제1장 1편 ‘상품과 화폐’에서 맴돌다 좌절했지만, 여전히 <자본>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덜 어려운 ‘입문서’로 접근해볼 만하다.

강희철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