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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박완서, 그의 여운은 따뜻했네

등록 2016-01-28 20:18

잠깐독서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
김승희 외 지음
호원숙 엮음/달·1만3000원

한국 소설 읽기를 박완서로 시작한 이들은 어떤 기분일까, 알고 싶었다. 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상은 유일했다. 박완서 소설의 꾸밈없음과 선명함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작가입네 하는 분위기는 싹 빠지고 ‘정면’ 얼굴을 활짝 펴고 있는 그의 사진들. 이 표정이 찍힌 책으로 한국 현대사를, 사랑하는 틈틈이 늙어가는 삶의 기품과 깊음을 처음 만난 세대는, 정말 무슨 복일까.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은 마흔에 등단한 지 10년째인 1980년부터 작고하기 전해인 2010년까지 박완서와 한 인터뷰를 묶었다. 30년치, 모두 10건이다. 김승희 서강대 교수, 조선희 서울문화재단 대표, 장석남 시인, 최재봉 <한겨레> 선임기자, 김연수 소설가, 정이현 소설가,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 신형철 문학평론가, 박혜경 문학평론가, 이병률 시인. 얼어서 깨진 주차금지 고깔이랑 인터뷰를 했대도 그 내용이 궁금한 인터뷰어들이다. 이병률 시인은 대담이 아니라 5주기에 부치는 글을 실었는데, 세세하고 다정하게 쓰인 선생과의 시절이 인터뷰와 진배없다.

박완서는 “이웃들의 삶 속에 존재의 혁명을 일으키고 싶”었다고 한다. “현실에 무사태평하게 안주하는 태도는 절대로 안 된다고 끊임없이 찔러주고 싶”은 노력. “모든 노력은 바다에 붓는 한 방울 물”이지만 “그 한 방울의 물을 붓지 않았다면 바다는 그 한 방울만큼 줄어들 것”(<호미>)을 알고 하는 노력.

‘그 살벌했던 날들의 능소화’. 김혜리 위원은 선생을 이렇게 표현한다. 한국전쟁과 먼저 보낸 오빠, 아들, 남편, 오남매 육아와 대가족 살림. 그 경황에 쏟아낸 걸작들은 살벌한 더위에도 줄줄 피는 고해상도 여름꽃, 능소화가 맞다. “쓰기를 잘했다 싶어요. 그렇죠. 쓰고 싶은 걸 못 쓰는 건 싫지만, 의욕이 과해도 안 좋아요. 체력에 맞게 써야죠. 체력과 비슷하게. 예쁘게 소멸했으면 좋겠어요. 쓰는 게 고통스럽지만, 쾌감도 있습니다. 또 그래야죠. 즐길 만큼만 쓰고 싶어요.”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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