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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동아시아 불교문화의 메신저, 금동불상

등록 2016-02-04 20:04

서기 563년에 만들어진 삼국시대 금동일광삼존불의 대표작, 계미(癸未)명 금동삼존불. 간송미술관 소장. 다른생각 제공
서기 563년에 만들어진 삼국시대 금동일광삼존불의 대표작, 계미(癸未)명 금동삼존불. 간송미술관 소장. 다른생각 제공
한국의 금동불 Ⅰ
곽동석 지음/다른세상·2만8800원

대개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닮았다. 미래에 성불해 부처가 될 미륵보살이 연꽃 받침 좌대에 앉아 있다. 오른발은 왼 무릎에 걸친 반가좌 상태로 오른쪽 허벅지에 오른쪽 팔꿈치를 올린 채 턱을 괴었다. 머리에 삼산관이나 연화관을 쓴 미륵불의 눈은 지그시 감겨 있고, 꼭 다문 입매에는 알듯 말듯 한 미소가 살짝 스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고뇌의 무게가 버거운 듯 상체는 약간 앞으로 굽었다.

크다고 해도 30㎝를 넘지 않는, 좀 큰 호주머니에 쏙 들어갈 크기의 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반가사유상), 그것이 대표하는 금동불상은 우리 불교예술, 나아가 동아시아 불교문화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곽동석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실장이 쓴 <한국의 금동불 Ⅰ>은 그 의문을 파고든다. 불상은 불교 최고의 경지인 깨달음을 표현한다. 재료로는 금이 으뜸이지만, 귀하고 비싼 만큼 도금으로 대신한 경우가 많다. 구리나 청동으로 만든 불상에 도금을 한 것이 금동불상이다. “지금까지 삼국시대 금동불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나 제작 기법 및 조형성과의 관계를 부분적으로 다룬 글은 있었지만, 금동불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소형 금동불은 삼국시대에 주로 만들어졌다. 작고 가벼운 금동불은 석불과 달리 휴대성이 좋고 이동이 쉬워 삼국 사이는 물론 동아시아의 문화 교류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특히 도상 형식과 양식을 전파하는 데 핵심적인 매개체였다. 그런 까닭에 삼국시대 금동불의 전개·변천 과정이나 특성은 고대 동아시아 문화 교류사라는 흐름에서 살펴야만 제대로 읽어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동아시아 학계에서 오랫동안 논쟁거리가 돼온 불상의 발원지는 ‘(중국) 남조기원설’이 여러모로 유력하지만, 이후 남조와 북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시킨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또 일본 아스카양식은 ‘(중국) 양나라→ 백제→ 일본’이라는 전파 경로를 통해 형성되었지만, 중간에 위치한 백제는 그저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라 남조와 북조, 고구려의 문화까지도 아울러 ‘백제화’시킨 양식을 일본에 전해줬을 개연성이 높다. “(중국의) 반가사유상이 백제로 넘어오면서 종속 관계를 벗어나 독립된 조형성을 얻게 된다.” 그처럼 수준 높은 백제 금동불이 일본 금동불의 원류라는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의 다채로운 금동불 사진이 읽는 재미를 돋운다. 저자는 훗날 고려와 조선의 금동불을 다룰 요량으로 이 책을 1권으로 삼았다고 한다.

강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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