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마음의 사생활
김병수 지음/인물과사상사·1만5000원 박근혜 대통령이 연초에 이런 말을 했다. “정신을 집중해서 화살을 쏘면 바위도 뚫을 수 있다.” 의지만 있다면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런 말, 솔직히 불편하다. 연말에 자존감을 무너뜨릴 게 뻔한 새해 결심, 알고는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자기계발서와 거리를 두고 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사생활>은 위안을 준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지은이 김병수는 “인간은 원래부터, 의지력만 갖고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게 태어난 존재가 결코 아니”며 “우리는 모두 거기서 거기”라고 토닥거린다. 스트레스나 갈등이라는 것은 원래 풀거나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니 잘 관리하면서 지내야 하며, 마음이라는 것은 한결같지 않아서 “상황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말한다. 지극히 순수할 것 같은 마음이라는 놈은 순수할 수 없어서 “누구나 야한 생각을 하고 미운 사람을 한 대 때려주는 상상을 한다”고 귀띔한다. 있는 그대로 보고 생긴 대로 살라는 얘기는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은이는 전문가다. 종잡을 수 없는 마음(심리)을 알기 위해 진행한 각종 실험은 물론, 자신의 상담사례들이 강력한 근거로 등장한다. 지은이가 소개한 ‘통제 편향 실험’은 통제력과 의지력이 강하다고 확신하는 사람일수록 유혹에 잘 넘어가는 반면, 그것들을 현실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조심스럽게 행동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해 명성을 얻었다가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많은 이들은 전자에 속할 것이다. 마음을 압박하는 심리에 관한 고정관념들을 뒤집어 보고 싶었다는 지은이의 조언은, 몸을 쓰라는 거다. 마음만 들여다보고 있지 말고 몸을 움직이고, 이성보다 강한 터치(촉각)의 힘을 믿으라고 말한다. 열아홉장 가운데 △의지력을 믿지 마라 △권력이 사이코패스를 만든다 △누가 정상인지는 누구도 제대로 알 수 없다 등은 박 대통령에게 꼭 권하고 싶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김병수 지음/인물과사상사·1만5000원 박근혜 대통령이 연초에 이런 말을 했다. “정신을 집중해서 화살을 쏘면 바위도 뚫을 수 있다.” 의지만 있다면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런 말, 솔직히 불편하다. 연말에 자존감을 무너뜨릴 게 뻔한 새해 결심, 알고는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자기계발서와 거리를 두고 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사생활>은 위안을 준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지은이 김병수는 “인간은 원래부터, 의지력만 갖고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게 태어난 존재가 결코 아니”며 “우리는 모두 거기서 거기”라고 토닥거린다. 스트레스나 갈등이라는 것은 원래 풀거나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니 잘 관리하면서 지내야 하며, 마음이라는 것은 한결같지 않아서 “상황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말한다. 지극히 순수할 것 같은 마음이라는 놈은 순수할 수 없어서 “누구나 야한 생각을 하고 미운 사람을 한 대 때려주는 상상을 한다”고 귀띔한다. 있는 그대로 보고 생긴 대로 살라는 얘기는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은이는 전문가다. 종잡을 수 없는 마음(심리)을 알기 위해 진행한 각종 실험은 물론, 자신의 상담사례들이 강력한 근거로 등장한다. 지은이가 소개한 ‘통제 편향 실험’은 통제력과 의지력이 강하다고 확신하는 사람일수록 유혹에 잘 넘어가는 반면, 그것들을 현실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조심스럽게 행동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해 명성을 얻었다가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많은 이들은 전자에 속할 것이다. 마음을 압박하는 심리에 관한 고정관념들을 뒤집어 보고 싶었다는 지은이의 조언은, 몸을 쓰라는 거다. 마음만 들여다보고 있지 말고 몸을 움직이고, 이성보다 강한 터치(촉각)의 힘을 믿으라고 말한다. 열아홉장 가운데 △의지력을 믿지 마라 △권력이 사이코패스를 만든다 △누가 정상인지는 누구도 제대로 알 수 없다 등은 박 대통령에게 꼭 권하고 싶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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