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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파문당하고 행복 찾은 철학자

등록 2016-02-11 20:06

잠깐독서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
-자유를 향한 철학적 여정

손기태 지음/글항아리·1만6000원

그는 저주받았다. “낮에 그에게 저주가 있을 것이고, 밤에도 저주가 있을지어다. 앉아 있을 때도 일어나 있을 때도, 밖을 나가도 안에 있어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유대교 공동체가 1656년 그를 파문하면서 던진 판결문의 언어는 독하다. 판결문은 “누구도 그에게 편지할 수 없고, 어떤 친절도 베풀 수 없다”는 경고로 끝난다.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는 공동체에서 쫓겨나 안경알을 갈며 가난하게 살다가 숨진 이 철학자의 생애와 사상을 좇는다. 그는 신이 고고히 세상만물과 떨어져 존재하며, 신이 문득 내키는 대로 세상을 창조했다는 당대의 신학적 사고에 반기를 들었다. 신은 곧 자연 그 자체라고 주장했고, 이는 파문과 저주, 광신도의 습격 등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그는 겁먹지도 불행해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유로운 삶의 계기로 삼았다. 노동해 번 적은 돈으로 간소하게 살면서 속박됨 없이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켜나갔다. 그는 평생을 맞섰다. 금기와 억압으로 복종을 끌어내려는 관념에. 그는 꿈꿨다. 대중의 자유와 능력을 확장시켜 줄 수 있는 사회의 건설을.

책은, 스피노자가 대결했던 신학과 근대 사상들을 훑어가는 방식으로 스피노자가 정립한 새로운 세계관의 큰 줄기를 요약한다. 스피노자는 플라톤에서 데카르트로 이어지는 ‘정신 우위론’에 맞서, 정신과 신체는 동등하며 분리될 수 없는 실체라고 봤다. 서구 사상사에서 삭제됐던 육체를 되살려냄으로써 몸의 성장·생멸과 함께하는 관념의 유한성과 시대성을 드러냈다. 또 실체의 욕망이 인간 본성을 이룬다고 봤기에, 욕망을 억압하지 않고 꽃피우는 사회를 이상국가로 제시할 수 있었다. ‘모든 금지를 금지하라’는 1968년 혁명의 테제를 400년 전에 싹틔웠던 셈이다.

저자가 신학을 전공해서일까, 스피노자를 ‘위장된 유물론자’로 해석하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신의 완전성을 실제로 믿고 일관되게 적용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현대 사상을 선취하게 됐다고 본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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